▲김형영 시인(1945, 01~ 2021, 02)
문학과 지성
일상에서 소박하고 진한 서정과 깊은 영혼의 소리를 포착해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형영 시인은 1945년 전라북도 부안에서 태어나 2021년 2월 15일 향년 77세를 일기로 귀천(歸天)했다.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소설가 김동리에게 소설을 배웠고 서정주, 박목월, 김수영 시인으로부터 시를 사사하였다.
1970년부터 30여 년간 월간 <샘터>에 근무했으며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육사시문학상, 구상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각설하고 이쯤에서 그의 시 '따뜻한 봄날'을 감상해보자.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한 웅큼 한 웅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김형영(1945, 01~ 2021, 02) '따뜻한 봄날' <문학사상>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