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의 작가, '예술'로 70년 전 야만 역사 밝히다

74년 전 제주4.3과 여순10.19 다룬 <4370+4 동백이 피엄수다> 전

등록 2022.03.31 10:06수정 2022.03.3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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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근 사진작가의 뼈밭과 이찬효 조각가의 피난 대전 골령골의 집단학살의 현장을 담은 임재근 작가의 뼈밭과 이찬효 조각가의 피난(sanctuary)
임재근 사진작가의 뼈밭과 이찬효 조각가의 피난대전 골령골의 집단학살의 현장을 담은 임재근 작가의 뼈밭과 이찬효 조각가의 피난(sanctuary)박진우
 
2021년은 제주4‧3항쟁과 여순10․19항쟁의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해로 기록되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주4‧3특별법)'이 전부 개정되고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여순10·19특별법)'이 제정돼 74년 전 있었던 야만의 역사를 밝힐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난 30일부터 오는 4월 4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에서 진행되는 '4370+4 동백이 피엄수다 전'은 형제같은 항쟁인 제주4‧3과 여순10․19을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다루는 전시회다. 이번 전시는 제주4‧3과 여순10․19의 진실을 수도권 시민에게 알리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다. 

전시회를 주최한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정연순 이사장은 "지난 29일은 제주에서 4.3 당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수형인 33명이 특별재심 공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라며 "이번 전시나 무죄 선고와 같은 활동을 통해 미래의 세대에게 하나의 등불이 돼 줘야 한다. 앞으로 4.3과 역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는 순간이다"라고 의미를 밝혔다.

이자훈 여순서울유족회장은 "이승만 정권은 4‧3과 여순항쟁을 빨갱이로 몰아 사람들을 무참히 학살했다"라며 "국군 제14연대는 봉기와 항명으로 동족상쟁 절대반대를 부르짖었다. 제주민 학살을 거부하고 항쟁한 그들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이번 전시가 진실에 접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바람은 전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오임중 회장은 "아픔을 기억하고, 기록해 주기 위해 노력해 준 작가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금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이 유족들의 소명이라 생각하면사 더욱 전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동백이 피엄수다 개막 3월 30일(수)-4월 5일(월)까지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에서 4.3과 여순항쟁의 진실을 밝히는 11명의 작가들 전시회가 개막ㅎ였다
동백이 피엄수다 개막3월 30일(수)-4월 5일(월)까지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에서 4.3과 여순항쟁의 진실을 밝히는 11명의 작가들 전시회가 개막ㅎ였다(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격려사에 나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국장인 김명주 목사는 "제주4‧3과 여순항쟁에 대한 온전한 진실규명과 한스러운 슬픔의 역사를 치유하여 평화의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라며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제주4‧3과 여순의 정의가 하루 속히 확립될 수 있기를 응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본사 허운 교구장 스님도 "제주와 여순이 함께해서 더 뜻깊은 자리가 된 것 같다"라며 "이번 전시로 제주와 여수의 영가들이 극락왕생하길 바라고, (이번 전시가) 상처받은 중생들의 치유의 장이자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자리가 되길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아픔을 기억하고 세대를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20대부터 50대까지 11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수진 작가는 민중의 삶의 주식인 보리줄기를 이용해 해방부터 진실을 밝히는 70여년의 역사를 보리아트로 선보였다. 손유진 작가는 버려진 폐목에서 과거의 기억을 도출하여 오늘 우리가 야만의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인두화로 표현했다. 현아선  작가는 어릴적 4‧3의 현장을 다니며 마음 속에 새겨넣은 고통스런 역사를 연필로 한줄 한줄 작품화했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임재근 작가는 4‧3당시 대전 골령골에서 학살당한 수많은 제주민들이 잠들어 있는 학살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 선보였고, 박금만 작가는 성인이 되어 유가족으로서 여순항쟁의 진실을 파헤치며 알게 된 진실을 역사화로 선보였다. 정기영 작가는 토벌대(공권력)에 의해 한 마을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아픔을 안개와 영상으로 표현했고, 이찬효 작가는 구천을 헤매는 영혼들의 함성이자 살아남은 자들이 피할 수밖에 없음을 여러 조각들로 표현하였다. 박성태 작가는 당시 14연대 군인들이 출병을 거부하고 떠났던 항쟁의 길을 흑백 사진으로 표현하였다. 

이외에도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미군 작성 문서 중 비밀에서 해제된 것들과 당시 언론 기사, 정부 기록 등도 함께 전시됐다(주철희-박진우). 또 이야기 작가인 이하진씨는 예술 작품을 하나의 이야기(storytelling)로 엮은 것으로 전시 해설을 만들어 제주4‧3과 여순10․19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동백이 피엄수다 전시회 3월 30일(수)-4월 4일(월)까지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전시장에서 진행되는 4.3과 여순항쟁의 진실전. 동백이 피엄수다
동백이 피엄수다 전시회3월 30일(수)-4월 4일(월)까지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전시장에서 진행되는 4.3과 여순항쟁의 진실전. 동백이 피엄수다박진우
 
한편 제주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힘써온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제주4‧3 제74주년을 맞아 국가 기념일인 4월 3일 오전 11시 실제 4‧3 수형인들이 옥살이를 했던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추념식을 진행한다. 또 4월 1일부터 3일까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내 어울쉼터에서 '4‧3 기억상자' 조형물을 통해 시민들에게 제주4‧3 제74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알릴 계획이다.

이외에도 전태일기념관 시민전시장에선 <전태일기념관 인권, 민주, 평화의 역사展: 제주4·3 제74주년 기념 "봄이 왐수다">가 개최한다. 해당 전시는 보리아트 이수진 작가 작품들을 통해 한 눈에 제주4‧3을 히애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으며 3월 22일~4월 10일까지 열린다. 

또 4월 1일~2일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울림터)에서는 제주4‧3을 소재로 한 연극 <너에게 말한다>(극작/연출 최민주, 극단 신명을 일구는 사람들)가 상연된다. 이 작품은 4‧3 당시 동굴 속으로 피신한 도민들이 겪은 고통을 담은 1인극이다.

4월 2일~3일엔 서울 인디스페이스(롯대시네마 홍대입구 1관)에서 '4·3과 친구들' 영화제가 개최된다. 지난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양영희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2021), 소준문 감독의 <빛나는 순간>(2021), 임흥순 감독의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2019) 등 장·단편 총 6편이 4회 상영되며 매회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된다.
#4.3 #여순 #동백 #전시회 #피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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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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