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수목원 야생식물종자연구실
박정우
- 오스트리아에서 종자 연구를 하다가 한국으로 왔다. 계속 거기 있었으면 대우 같은 측면에서 좀 더 좋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왜 한국에 오게 되었나?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종자 관련 실험실에서 아르바이트했던 것도, 종자와 관련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던 것도 늘 종자 연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좋은 기회가 생겨 오스트리아와 영국을 오가면서 종자를 생리학적으로 파고드는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그때도 마음 한편으론 이렇게 배운 것을 언젠가 한국에서 써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다.(웃음)
그러다 우리나라 백두대간수목원에 시드볼트가 만들어지고, 동시에 야생식물 종자 연구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일말의 고민 없이 지원했다. 물론 오스트리아에서 계속 연구를 했다면 그 나름대로 좋은 점도 있었겠지만,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다는 건 여전히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 현재 연구실에서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연구실에서는 종자 수집부터 시드뱅크 운영, 종자 연구까지 두루 다루고 있는데, 그 모든 것을 총괄하는 일을 하고 있다."
- 백두대간수목원에 시드볼트가 있는데, 연구실에서 시드뱅크를 또 운영하고 있다. 굳이 시드볼트와 시드뱅크가 둘 다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어디 가서 '직장' 소개할 때 가장 자랑하는 부분이다. 내가 몸 담고 있는 백두대간수목원은 시드볼트와 시드뱅크를 다 가지고 있는 전 세계 유일한 기관이다. 시드볼트에 한 번 들어간 종자는 정말 위기의 순간이 아니면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시드뱅크에 있는 종자는 수시로 꺼내서 활용하고 연구할 수 있다.
그 외의 온도나 습도 등의 조건은 완전히 같다. 그래서 종자를 수집하면 보통 시드볼트와 시드뱅크에 중복 보존한다. 이후 시드뱅크에 있는 종자를 가지고 다양하게 연구하면서 결과를 도출해 낸다. 이 연구들은 훗날 시드볼트가 열렸을 때 요긴하게 활용된다. 결과적으로 시드뱅크로 인해 시드볼트를 더 안전하게 운영하는 셈이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를테면 시드볼트에 있는 종자가 오십 년쯤 뒤에 어떤 사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왔다고 치자.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도 종자가 싹을 틔울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우리가 연구하는 분야 중에 저장 특성과 저장 수명이 있다. 시드볼트나 시드뱅크에 저장하려면 영하 20도의 온도에 저장이 가능한 종자여야 한다. 그래서 어떤 종자가 있다면 과연 저장해도 괜찮은지, 저장이 안 된다면 왜 안 되는지, 그럼 안 되는 것들은 어떻게 하면 저장이 가능할지, 저장이 가능한 종자라면 몇 년까지 저장할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밤나무나 참나무 열매 같은 경우는 건조시키는 순간 죽어 버리기 때문에 저장이 불가능하고, 소나무는 대략 200년 정도 저장이 가능하지만, 발아율은 50%까지 떨어진다. 그 이후 시드뱅크에 있는 종자를 가지고 5년 정도마다 꺼내서 예측과 맞는지 검증하는 식이다. 이 실험을 통해 결국 지금 시드볼트에 있는 소나무 종자도 대략 발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연구 덕분에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적의 종자 파종 시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