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원 이천커피체험농장 대표는 7년 만에 국산커피 재배에 성공했고 2021년부터 커피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김희정
- 이천에서 나무농장을 하게 된 계기는.
"이십 대에 서울에서 자동차 관련 프레스 금형 일을 했다. 1997년 IMF로 인해 그 업체가 어려움에 처해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1999년 이천에 사는 친척의 권유로 화훼농장인 산하농원(국산 커피 수확에 성공한 2021년부터 이천커피체험농장으로 이름을 바꿨다)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이 농원을 임대해 관엽식물을 키웠고 나중에는 농원을 인수했다. 그 당시 나무 시장은 경제성이 좋았다. 고무나무, 킹벤자민나무, 홍콩야자나무 등 나무가 개업식에 선물로 들어갔고 열심히 일하면 성과가 바로 나타나던 시절이었다."
- 환경에 민감한 커피나무를 키우게 된 사연은.
"커피나무를 재배한 것은 우연이었다. 2000년대 중반 국내 나무 시장은 침체 위기에 처했다. 중국에서 조직 배양된 나무가 국내에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나무 수요에 비해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때 많은 화훼농가가 폐업했다. 그즈음 화훼농장을 한 이웃이 커피모종을 대량 수입했는데 사정이 생겨 재배하기 어렵게 됐다고 하여 우리가 키워보겠다고 했다.
그땐 단순히 농장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였는데 어느 날부터 우리나라에 커피문화가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관엽식물 시장은 위축돼 갔다. 그래서 '이참에 우리 농장에서 커피나무를 잘 키워서 열매까지 수확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왔다."
- 커피나무 재배에 대해 따로 공부를 했나.
"커피나무는 우리농장에서 재배한 관엽식물 가운데 하나여서 재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커피 모종부터 시작해 농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 우리나라에서 커피나무 재배에 대해 제대로 배울 곳을 찾지 못했다. 커피로 유명한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아라비카 원산지인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등 커피 원산지에 간다고 한들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
또 그 나라 환경과 우리나라 환경은 너무 다르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원두커피, 맛과 향이 탁월한 아라비카는 주로 에티오피아의 해발 600~2000m의 고산지대에서 재배한다. 그 지역 평균기온은 20℃ 전후이고 기후, 토양, 습도, 강수량 등이 아라비카 재배에 적합하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4계절의 특성이 뚜렷하다. 특히 여름은 길고 무덥고 겨울은 길고 춥다. 커피에 대한 지식을 공부하는 것과 함께,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지역의 토양이나 환경에 맞게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나무를 키우면서 직접 실험하고 관찰하고 그것이 합리적인가 생각해보고 적용하기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