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상주해수욕장과 붙어 있는 상주중학교(사진 오른쪽 아래 건물).
윤성효
"학교란 원래 함께 손잡고 사는 법을 배우는 곳입니다. '이반 일리치'가 이야기한 대로 학교는 우정을 나누는 곳입니다. 그런데 근대 학교는 우정은커녕 서로를 경쟁의 대상으로 내몰고 끊임없이 서열화 된 평가로 일등과 꼴찌를 나누면서 배움의 본질을 앗아가 버렸지요.
우리는 신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좀 더디고 느린 아이에게도 손을 내밀고 격려하고 서로 보완하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색깔, 다른 모습,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사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땅에서 가치 있게 하는 것이지요."
8년간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을 지낸 여태전 건신대학원대학교 교수(대안교육학)가 펴낸 책 <서로 배우고 함께 꿈꾸며 성장하는 남해금산교육마을 이야기>(남해오늘 간)에서 한 말이다.
여 교수는 "인류의 성자나 선각자들이 성경이나 경전에서 밝혀온 것이 '함께 사는 법'이고 그걸 사랑, 자비, 인(仁)이라는 단어로 말하며 강조한 게 아닐까요"라며 "저는 함께 사는 법을 실현하는 작은 단위가 마을공동체라고 봅니다"고 했다.
상주해수욕장과 붙어 있는 이 학교는 '사립 기숙형 대안학교'다. 한때 학생수가 급격하게 줄었지만 대안학교가 되면서 학생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부모들도 함께 이주해 오기도 했다.
상주중학교(상주학원, 이사장 강창수)는 학생‧부모들과 함께 '남해금산 교육마을'을 꿈꾸고 있다. 학교와 주민들이 "돌아오는 농촌, 다시 사는 마을학교"의 회복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교사의 존재 이유는 학생"이라고 한 그는 "해마다 교무수첩 맨 앞 쪽 속표지에 전교생 한 명 한 명 이름을 또박또박 적을 때의 그 설렘과 기쁨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는 모습을 날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습니다"고 했다.
교사-학생-학부모의 '3주체'를 설명한 그는 "상주중학교는 학부모의 목소리가 아주 높은 학교다"며 "학부모들의 배움과 성찰의 열정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학부모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학부모연수는 보통 1박 2일, 2박 3일이 기본이었지요"라고 했다.
이 책은 상주중학교의 '교육 3주체'가 서로 배우고 함께 성장해온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다. 책 1부에서는 여태전 교수가 학부모 전용호 교수와 나눈 "남해금산 교육마을 이야기"를 담아 놓았고, 2~4부에서는 그동안 신문에 썼던 글을 담아 놓았다.
정년 퇴임을 1년 반 정도 남겨두고 지난 2월 말 명예퇴직한 그는 "사람은 만날 때도 중요하지만 헤어질 때가 더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지난 1년 늘 한 분 한 분을 좀 애틋하게 바라보면서 잘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지내왔습니다"며 "그래서 요즘은 아침마다 눈을 뜨면 '감사하다'는 것부터 먼저 생각합니다"고 했다.
그는 일반학교 18년에 이어 간디학교 교사‧교감, 태봉고 교장으로 대안학교에서 16년간 지냈다. 그가 교장으로 있었던 2015년 2월 상주중학교는 경남에서 처음으로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로 전환되었다.
"제가 상주에 들어왔던 2014년 무렵, 상주에 있던 한려해상국립공원 관리공단사무소가 문을 닫고, 하나 있더 목욕탕도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남해신협 상주지점이 눈을 닫는 등 한 마디로 상주면이 위축되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학교도 살리고 마을도 살리겠다고 사람들에게 선언해버린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