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톱 위의 고라니 한 마리. 평화의 상징이다. 이곳은 바로 야생의 공간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모래톱 위의 고라니는 그 자체로 평화의 상징처럼 보입니다. 고라니가 평화로이 거니는 풍경은 이곳이 야생의 공간임을 말해줍니다. 갑자기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라니가 달리기 시작합니다. 껑충껑충 어느새 고라니는 풀섶으로 달아납니다. 인간과의 간극이 딱 그만큼만인 것 같습니다. 언제쯤 우리 인간이 조금 더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런지요?
물가에서는 어른 팔뚝만한 잉어들이 인기척에 놀라 퍼드득 달아납니다. 수심이 얕은 물가에 잉어들이 나와 있습니다. 곧 산란철이 임박했다는 증거입니다. 그 시절이 돌아오면 물가에서 잉어들의 요란한 산란행동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시나브로 생명 약동의 시절입니다.
저 멀리에서는 꼬마물떼새들이 모래톱을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닙니다. 이들도 곧 알을 낳고 포란을 시작하게 되겠지요. 모래톱의 자갈밭에서는 어김없이 이들의 알집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맘때 모래톱 걷기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작은 자갈돌과 거의 구분이 안되는 보호색을 띤 물새알이기에 말입니다.
흑두루미의 땅을 외면하는 흑두루미
그러나 이곳 모래톱은 흑두루미의 땅이었습니다. 매년 10월말이면 시베리아 등지에서 일본 이즈미로 월동을 떠나는 흑두루미 무리들이 해평습지(강정습지)에서 쉬어가곤 했는데, 작년부터는 전혀 찾지를 않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러시아 시베리아로 다시 귀향을 하는 철인 지금 다시 들를 만도 한데, 역시 들르지 않은 것입니다. 흑두루미들의 안전한 잠자리터가 될 넓은 사주섬(모래섬)도 생겼는데, 그래서 흑두루미들이 내려앉기 딱 좋은 지형적 요소를 갖추었는데, 녀석들이 내리지 않고 그냥 가버린 것 같아 너무 서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