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천막 기자실(프레스 다방)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한 말이다. 맞는 말이다. 공간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중세 도시의 모습과 자본주의 도시의 모습이 다른 이유는 중세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자본주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시나 집이라는 공간은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요와 요구사항이 반영되어 형성되지만, 그런 이유로 만들어진 공간은 동시에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중세 도시의 성당을 중심으로 살았던 사람들, 조선의 4대문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과 자본주의 축적 시스템에 적합한 메트로폴리스의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사고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말은 일단 옳다. 대통령 집무실을 재배치해서 대통령과 대통령의 사람들의 사고를 일신하겠다는 의욕에 대해 뭐라 할 사람은 없다. 그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결정하고 발표하는 절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월 14일 "국방부 본관동을 비울 수 있는 계획 수립"을 국방부에 요구했고, 15일에는 "3월 31일까지 이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이사를 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4인 가구가 새로운 집을 얻어서 이사를 하는데도 날을 잡고 이삿짐센터와 계약을 하고 이것저것 처리하려면 적어도 2~3주가 걸린다. 새로 들어갈 집에 '도배장판'이라도 제대로 할라치면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그런데 국방부 청사 이전과 대통령 집무실 마련을 위해 제시한 시한이 고작 2~3주라니,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봄꽃이 지기 전에 국민들에게 청와대를 돌려드리겠다"는 선언을 해놓고 그에 맞추어 이전을 하려다 보니 무리수가 된 것인데, 백년대계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이번에 이전하는 '대통령 집무실'이나 '대통령 관저'가 5년 동안만 사용할 시설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이번 사태는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결정 방식에 관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국민들의 관심사다. '용산 이전'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반대'가 58%, 53%이고 '찬성'은 33%, 44% 정도에 그친다. 불과 보름 전 선거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얻었던 지지율 48.56%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용산 이전'에 소요되는 비용에 관한 자료가 정확히 제시된다면 찬반 비율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