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당선자가 꼭 들어가고 싶다는 용산 국방부 부지는 어떤 공간인가. 임오군란 이후 조선의 실권자로 떠오른 위안스카이가 청의 간섭군을 주둔시켰던 자리였다. 그 자리는 곧 한반도의 새 주인이 된 일본의 조선군 사령부 본부와 20사단 주둔지로 바뀌었다.
그리고 해방 이후 미군이 들어오면서 반환되기까지 오랜 시간 주둔해있었다. 말하자면, 용산기지 일대는 100년간 한반도를 종속시킨 제국의 군사력의 중심부였던 셈이다. 청와대가 당선자의 말마따나 제왕적 대통령의 공간이라면, 용산은 한반도에 대한 외세의 간섭과 군사적 종속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인 것이다(관련 기사:
너무 위치 좋은 용산? 왜 이곳은 점령군의 땅이 됐나).
물론 그가 공간에 대한 특별한 역사적인 인식을 가졌을거라고 생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가 풍수를 따르든 무속을 따르든 아니면 지극한 우연에 의해서든 의도에 대해 관심갖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그에게 그런 의도적인 무지를 허용하는 한국 사회의 공간에 대한 인식을 이야기하고 싶다. 사람들이 무수히 죽어나간 공간에 작은 추모비 하나 남기지 않고, 기억의 땅을 망각 속으로 몰아넣으며, 기껏 이루어지는 기억은 긍정적인 것들로만 덮어씌워지고 위압적인 상징물로 대체되는 그런 인식 말이다.
공간은 의식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의식이 다시 공간을 결정한다. 윤석열 당선자의 다소 과하기까지 한 반노동적 언행과 노동관, 생명경시와 자본중시의 사고방식은 삼풍백화점과 용산기지라는 공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억과 공명한다.
부디 이번 용산 이전 논란이 이제라도 공간에 대한 기억과 망각에 대해 조금이라도 성찰하게 될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관련 기사]
청와대 "촉박한 이전 무리, 국가안보는 현 대통령 책무" http://omn.kr/1xxa5
국민의힘 "용산 이전 반대는 대선 불복 행위" http://omn.kr/1xx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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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의식 결정"한다는 윤 당선자, 그가 택한 공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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