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고분의 저녁 풍경경주는 사방 어디를 가든지 고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고려시대에는 3경 중 하나인 동경으로 조선시대에는 부윤의 지위를 계속 유지했던 대도시이기도 하다.
운민
겨울 너머 봄
- 정연복
겨울 추위 제아무리 매서워도
기어코 봄은 온다.
쓸쓸한 나목의 빈 가지에도
이윽고 푸른 잎 돋고 꽃 핀다.
나 태어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이 눈물겨운 일
나의 생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이 신비한 일은 계속되겠지.
- - - -중략 - - - - - - -
여행 암흑기였던 2년 동안의 겨울을 지나 드디어 봄이 찾아오는 듯하다. 길가엔 꽃망울이 어느새 가득하고, 쌀쌀하고 차갑기만 하던 바람결도 따스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방구석에서 움츠려 있던 우리들이 집 밖으로 나와 꿈틀대는 생명의 기운을 마음껏 누려볼 시간이 머지않았다.
1년여간의 경기 별곡 시리즈를 마치고 출판 준비를 하느라 두문불출하며 전국 별곡 시리즈의 다음 지역을 구상했었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갈 곳도 많고 앞으로 다뤄야 할 장소도 산더미지만 우선 한반도 수천 년 역사 동안 나라를 이끌어갔던 고장들을 먼저 소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재는 북쪽에 있어 가지 못하는 평양, 개성은 다음으로 미뤄두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강화를 시작으로 경주, 공주, 부여, 김해, 서울에 이르기까지 옛 고도(故都)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며 경기 별곡에 이은 기나긴 여정의 막을 다시 올리려고 한다.
시중에 옛 고도를 다룬 책이나 매체는 무척 많다. 저마다 성실하게 다녔던 답사와 각종 연구자료 등을 바탕으로 내놓은 것들은 한결같이 훌륭하다. 하지만 대부분 그 도시가 도읍지로 번성했던 특정 시대에 머물러 있어 현재는 빛을 잃어가는 쇠퇴한 고장으로만 설명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