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온 가족이 모아놓은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 이게 있어야 월요일 등원이 가능하다.
연보람
세상에 태어나 마음껏 뛰놀며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아이에게 주어진 의무일텐데, 도대체 어쩌다 이런 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인지. 이 세상의 모든 부모 마음이 그러하듯,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켜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다.
코로나로 인해 큰아이가 등원할 때와 달리 챙겨야 할 준비물도 생겼다. 가방에 여분의 마스크를 넣는 것은 기본이요, 큰아이가 다니는 영어유치원에서는 주말을 보내고 등원하는 월요일 전에, 온 가족의 자가진단키트 결과를 사진으로 찍어서 알림장으로 보내 달라고 요청하셨다.
둘째가 다니는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는 매주 이틀에 한 번씩 자가진단키트로 검사 후 결과를 알려달라고 하시며 매주 검사를 할 수 있게 자가진단키트를 나눠 주셨다. 어린이집에서 받는 자가진단키트라니… 어쩐지 생경한 준비물 때문에 마음 한 켠이 속상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워킹맘의 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재택근무 중에 종종 큰아이 유치원에서 확진판정을 받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소식이 들려올 때가 있다. 그때마다 개별 하원을 할 수 없어 제일 늦게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를 떠올리며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들을 집에서 돌봤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집에서 아이를 돌본다고 해도, 코로나에서 영원히 비껴갈 수 있을지, 그리고 양질의 보육과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다. 같은 고민만 무한반복되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다행히 재택근무와 오전 휴가와 오후 근무를 적절하게 사용하며 둘째주까지는 무사히 적응 기간을 거쳤다. 일과 육아의 경계가 오전과 오후로 나뉘니, 정신은 없었지만, 가정과 일을 다 양립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다행이라 여겼다.
계절 냄새를 모르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