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선인 일정 및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앞서 살핀 세 가지 의문점에 대해 고민하던 중, 근본적인 물음에 도달했다. 윤 당선자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청와대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것인가?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고 싶은 것이 진짜 이유라면, 꼭 당장 개방해야 할 필요는 없다. 임기 내에 적당한 집무실 장소를 물색하고, 거기에 맞는 시설을 갖춘 후 이전하면 될 일이다.
만에 하나, 결국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국방부가 이전할 곳을 제대로 마련한 다음, 국방부 이전이 안전하게 끝난 후, 대통령 집무실도 옮기면 될 것이다.
만약, 윤 당선자가 말한 것처럼, 임기가 시작되고 나면 현안에 둘러싸여 집무실 이전하기가 도저히 어렵다면, 윤 당선자는 자신의 임기동안 청와대를 이전한 공간과 시설을 정비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그 다음에 선출된 대통령부터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공약을 지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런데, 윤 당선자는 현 정부가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을 협조하지 않으면, 취임 후에도 현재 당선자 사무실이 있는 통의동에서 국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현안을 다루면서, 그에 적합한 시설이 갖추어지지 못한 곳에 머무르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당선자 측은 '일 할 수 있게 해달라'고도 말했는데, 국정운영과 관련된 모든 시설이 갖추어진 청와대에 우선 들어가는 것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 아닌가?
"임기가 시작되면 바빠지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이전할 시간이 없다"는데, 그렇다면 현 통의동 당선자 사무실에서 국방부 청사로 이전할 시간은 있는가?
청와대에 단 하루도 들어갈 수 없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현재는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여 국민들을 납득시키지도 못한 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용산으로 이전하겠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통과 약속
윤 당선자는 국방부 청사 앞에 조성될 공원에서 자신이 반려견을 산책시키며 국민과 소통하는 핑크빛 미래를 제시했다. 이것을 보고, 필자는 과거 화제가 되었던 독일의 메르켈 전 총리가 마트에서 직접 장보던 사진이 떠올랐다.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과연 가능할까?
당시 유럽은 기본적으로 평화의 시대였으며, 메르켈 전 총리 역시 독일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유럽의 안보위기가 극심해진 지금 상황에서 독일의 총리가 과연 혼자서 직접 장보는 일이 가능할까?
한국은 휴전국가이다. 지금도 북한은 틈만 나면 미사일을 쏘며 도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공원에 나와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일이 가능한 걸까(관련 기사:
북한 "어제 신형 ICBM '화성포-17형' 발사... 김정은 참관").
대통령 산책에 동원될 수많은 경호인력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주변에 배치될 수도 있을 저격수들... 국민들은 과연 국방부 청사 앞에 조성될 공원에서 마음 편히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며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을까?
한편, 윤 당선자가 반려견 산책하면서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용산공원의 완공시기는 당초 2027년이었지만, 주한미군기지의 반환 및 오염된 토지 정화작업이 늦어지면서 완공시기는 더 늦어지게 됐다. 만약, 원래 예정대로 2027년에 완공된다고 하더라도, 2027년이면 윤 당선자의 임기가 끝나는 해이다.
즉, 윤 당선자가 대통령 신분으로 용산공원에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며 국민과 소통할 일은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이것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된 세 번째 무리수다.
윤 당선자는 청와대 이전 문제를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윤 당선자가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광화문 대통령'이지, '국방부 대통령'이 아니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한편, 윤 당선자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로 제시한 것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이 더 경계해야 하는 것은, 그렇게 해서 이전하겠다고 한 것이 바로 '국방부' 청사라는 점이다.
국방부 청사는 군을 위해 지어진 곳이다. 그러한 군을 위한 공간에서 지배받은 의식을 통해 국가를 통치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군부독재를 겪으면서, 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은 이 나라에서 과연 용납 가능한 일인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에 국방부 청사로 가야한다는 것은, 결국 과거 군부독재와 같은 '국방부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방부 청사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두고, 현재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이 이전비용과 안보공백이다. 하지만, 만약 안보에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필자는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은 반대한다. 그 이유는 윤 당선자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하는 것을 집무실 이전의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은, 미국의 역사학자 슐레진저가, 닉슨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을 남용을 비판한 표현으로, 대통령의 권한이 다른 정부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막강한 것을 의미한다.
이번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불거지자, 군 내부에서도, 심지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다른 의견은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만 강행하는 것 그 자체가 '제왕적' 모습이라고 본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외로운 결정'을 내렸다고도 표현하기도 했지만, 주변과 국민의 의견보다 '혼자서' 결정을 내렸다는 것 그 자체가 '제왕적' 모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윤 당선자는 청와대에 들어가는 순간 불통이 시작된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아무때나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서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대통령이 있는 공간은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고 해도, 집무실에 있게 될 그가 국민과 '소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윤 당선자가 내세운 공원에서의 소통 역시, 공원 완공시기는 한참 멀었다. 소통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윤 당선자는 자신의 결정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윤 당선자는 이번 사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으로서의 재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게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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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용산 대통령' 강행하는 당선자가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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