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이삭을 든 소녀상 키이우의 홀로도모르 추모관 앞의 소녀상. 소련정부가 법으로 금지한, 밀 이삭을 손에 들고 있다.
박신영
홀로도모르를 비롯해 소련의 수탈 대상이었던 우크라이나는 소련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독일의 나치가 소련을 침공해서 들어오자, 일부 우크라이나인들은 소련을 몰아내 줄 해방군으로 여기고 처음에는 나치를 환영했다. 그 때문에 소련은 '소련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자들'을 나치라고 몰아가게 된 것이다.
나치를 환영한 당시 우크라이나인들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당시 소련이 얼마나 가혹하게 우크라이나를 수탈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의 소련에 대한 반감이 강했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이들이 계속해서 나치를 지지한 것은 아니다. 나치의 실상을 알게 되고,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단체 UPA는 독소전쟁에서 소련뿐만 아니라 독일에 대항해서도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인다.
UPA는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 반체제무장조직으로 독소전쟁중이던 1942년 10월에 결성되어 주로 서우크라이나에서 적군(赤軍, 소비에트)와 독일군 양측에 대항하는 레지스탕트 활동을 벌였다.
제2차세계대전 종결 후에는 소련과 싸운 반체제 민족주의단체인 UPA는 소련과 그 후 러시아에서 '나치협력자' '전쟁범죄자' 등으로 낙인찍혔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2014년 도네츠크 전쟁을 계기로 명예를 회복한 단체이다.
UPA의 활동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크라이나인들은 오랫동안 외세의 침공을 받는 과정에서 소련이나 나치 독일, 그 어디에도 의존하지 않는 '독립'을 열망해왔다.
결과적으로 지금 푸틴이 말하는 '나치'는, 진짜 히틀러 같은 나치사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에 대항하는 모든 이들 즉, '우크라이나의 자주독립을 꿈꾸는 우크라이나인들' 전체를 가리켜 나치라고 폄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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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전쟁 명분 삼은 탈 나치화, 이 '나치'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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