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케임브리지의 편견 없이 성소수자를 보자는 LGBT 역사의 달 (LGBT History Month) 안내 브로셔
권신영
2월 어느 날, 나는 영국 케임브리지 시청 깃대에 매달린 무지개 기를 빤히 쳐다보았다. 편견 없이 성소수자를 보자는 LGBT 역사의 달(LGBT History Month)을 기념하는 표시다. 이 운동은 1994년 로드니 윌슨(Rodney Wilson)이 2차 대전 기 유대인 학살을 사회적 혐오라는 관점에서 접근, 혐오의 대상을 성소수자로 확장시키면서 시작했다.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 이름을 차용, 국제적 사회 운동으로 발전했다.
그 순간 미국 보스턴 시청 게양대 논쟁이 떠올랐다. 기독교 민족주의(Christian nationalism) 계열의 한 종교 단체가 시청 게양대 사용을 신청했으나 이를 불허한 시청을 고소하면서 시작된 현재 진행형 논쟁이다.
누가 시청의 게양대에 기를 올릴 수 있는가. 영국 케임브리지 시청에 꽂힌 LGBT 깃발과 미국 보스턴 시청에 꽂히지 못한 기독교 단체의 깃발의 차이는 무엇이며 다른 점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두 깃발은 양국에서 진행 중인 문화 전쟁(Culture War)을 대변한다. 문화 전쟁이란 용어는 1991년 미국 사회학자 제임스 헌터(James D. Hunter)가 냉전 이후 미국 사회를 전망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사회 갈등이 정치 이념에서 문화로 이동, 종교·인종·동성애·낙태·총기 규제의 문제를 둘러싸고 정통(orthodox)과 진보(progressive)가 싸울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문화 전쟁을 두고 '무엇이 미국인가?', 즉 미국을 지탱하는 근본 가치를 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깃발은 상징물로, 논쟁은 도서관에서 구체화된다. 양상은 금서 지정으로 나타났다.
보스턴 시청 게양대 논쟁
2017년 기독교 단체 캠프 콘스티튜션(Camp Constitution)은 보스턴 시청의 세 번째 게양대 사용을 신청했다. 시청은 첫 두 게양대에 미국 국기와 매사추세츠 주기를 게양하고 마지막 세 번째를 각종 행사 단체가 사용할 수 있게 비워 둔다. 그동안 200개가 넘는 사회단체 깃발이 올랐고 LGBT 무지개 깃발과 다른 나라 국기도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보스턴 시청은 위 단체의 게양대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차별, 편견, 혹은 종교 운동"과 연관된 취지에는 사용을 불허한다는 방침에 의거해 내린 결정이었다.
해당 단체는 기독교 민족주의 계열 단체다. "유대-기독교의 도덕적 유산을 기반"으로 해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미국의 번영을 위한 애국자 육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다. 건국이념을 유대-기독교에서 찾고 기독교 중심의 국가를 꿈꾸는 기독교 민족주의는 백인 우월주의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이 단체는 지난 대선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 의회 난동 때 깃발을 앞세우고 참가했다.
해당 단체는 시청의 게양대는 모두에게 개방된 공적 광장(public forum)이므로 시청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청은 게양대는 정부의 공간이라 반박했다. 게양된 기는 시청의 목소리와 진배 없고 그 맥락에서 시청이 자기 목소리를 결정할 권리, 게양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시청에 종교 단체 기를 올릴 경우 종교와 정치 분리를 명시한 헌법 위반이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