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이나영
내담자와 화초로 작업을 할 때면 그들의 손을 보게 된다. 고사리같은 꼬마의 손에 흙이 잔뜩 묻어 어쩔줄 몰라 할 때 그 손을 잡고 살살 털어주며 더 가까워지기도 하고, 또 나뭇잎이 부러질까 조심스레 화분에 옮겨 담는 신중한 손놀림을 보면 '이 사람은 자신의 삶도 이렇게나 조심스레 대하겠지' 싶은 마음이 되어 짠해지기도 한다.
그저 식물일 뿐인데, 길가에 흔하디 흔한 풀 한 포기 같은 존재들일 뿐인데, 화초를 만지고 꽃을 꽂다 보면 화초의 생김새와 이름, 특성에 대해 알게 된다. 이 세상 무엇이든 알기 전과 알고 난 후의 세계는 달라진다. 그렇게 세상에서 또 하나를 알아가는 일은 삶의 무게에 지치고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에 작은 빛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상담 시간에 심은 화초를 집에 가져간다고 해서 그 아이들이 모두 무탈하게 자란다는 보장은 없다. 매만졌던 손길에 시들어버리기도 하고 몸살을 앓기도 하며 무심한 방치 속에 어느 날 아침 새순을 밀어내고 있을 수도 있다.
나와 함께 화초를 들여다보고 만지던 이들에게 인생도 그런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의 하루하루도 시들 때가 있고 피어날 때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과정과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져가기를 바란다.
그저 화초를 품에 안고 집에 돌아가던 그 순간의 마음이 그의 삶 속 어느 날 있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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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상담 받으러 왔는데... 왜 보리싹을 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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