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퍼함성이 금지된 공연에서 박수소리를 크게 낼 수 있도록 하는 응원도구
최혜선
한 손에 아미밤은 그대로인데 다른 한 손엔 클래퍼를 들었다. 종이 슬로건을 부채처럼 접어서 가방이나 손, 허벅지에 쳐서 소리를 내는 도구다. 일어설 수도 점프를 할 수도 없다. 공연장 안에는 구역구역마다 '함성 대신 박수'라는 팻말을 든 진행 요원들이 관객들을 향해 서 있다.
마치 밴드의 드러머가 된 양 두 손을 다 써서 아미밤을 흔들고 클래퍼를 치며 공연을 관람했다. 콘서트 다음날은 원래라면 흥분 속에 함성을 질러댄 후유증으로 목소리가 안 나와야 하는데 클래퍼와 아미밤을 격렬하게 흔들어댄 탓에 어깨에서 반응이 느껴진다.
관객 없는 온라인 공연을 봤을 때
864일 만에 잠실 주경기장에 방탄소년단이 돌아왔다. 2019년 10월 29일에 열린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 SPEAK YOURSELF' [THE FINAL]의 3회차 공연 이후 열린 첫 오프라인 공연 3월 10일까지를 디데이 계산기로 세어본 결과다.
곡을 만들고 공연을 하는 것을 주된 기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에게 팬들 앞에서 공연을 하지 못하는 2년 여의 시간은, 메인보컬이자 팀의 막내인 정국의 말을 빌리자면 "체감으로는 23년을 못 본 것 같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2020년 4월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월드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잠실 공연이 취소되고 연이어 북미, 유럽에서 예정되었던 콘서트도 코로나로 인해 모두 취소되었을 때 방탄소년단은 처음으로 온라인 콘서트를 시도했다. 당시 관객 없는 온라인 공연을 본 나의 감상은 이랬다. 이것이 공연의 미래라면, 팬들의 함성과 기운을 아트스트에게 어떻게 전달할지가 관건이 되겠구나.
첫 온라인 공연이었던 '방방콘 THE LIVE'는, 팬들에게는 온라인으로나마 내 가수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어 좋았겠지만 가수들은 달랐을 것이다. 팬들을 만나지 못하고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카메라 앞에서만 하는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카메라 너머로 전세계에서 팬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실감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2시간 이상 이어지는 무대에서 힘이 들 때, 팬들의 함성 소리에 없던 힘도 다시 차오르는 공연의 매직까지는 경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 공연의 주인공은 아티스트라고만 생각했다. 가끔 공연을 하고 싶고 팬들이 그리울 때 콘서트에서 팬들이 떼창으로 불러주는 노래를 듣는다는 말을 한 멤버가 했을 때, 그냥 정 많고 다정한 사람이라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 팬들의 함성 없이 카메라만 두고 진행되는 공연을 보다보니 알게 되었다.
목이 터져라 멤버들의 이름을 외치고 응원법을 따라하는 관객은 수동적인 관람자가 아니구나. 공연은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구나. 뭔가가 사라진 후에야 그것의 빈 자리를 알 수 있다는 격언을 온라인 콘서트를 보며 실감했다.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인 MAP OF THE SOUL ON:E 공연에서는 추첨을 통해 당첨된 팬들이 콘서트를 즐기는 영상을 공연하는 가수들이 볼 수 있도록 코너를 마련했다(당첨된 팬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문제 없이 송출되는지 리허설도 했다).
그 후에 열린 온라인 팬미팅 '소우주' 공연에서도 변화를 주었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가수들이 볼 수 있도록 관객석이 있어야 할 자리에 큰 화면을 놓고 (역시 사전 신청을 통해 당첨된) 팬들이 콘서트를 즐기는 영상을 노출시켰다. 팬들의 함성 소리도 간간이 공연에 넣었다.
팬들과 만날 수 없는 비대면 상황의 한계를 기술력을 동원해서 극복하려는 노력이 여럿 시도되었지만 아직까지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가수와 팬이 주고 받는 상호작용을 실현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함성과 기립이 금지된 공연, 어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