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봉투매월 말일이면 용돈 봉투에 용돈을 담아 준다. 때론 편지도 함께 적어 넣어 둔다.
고경애
이렇게 모은 돈으로 아이는 사고 싶은 물건을 사는 행복한 3월을 맞이했다. 그동안 용량 부족으로 아무 이유 없이 꺼지거나,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있었기에 스마트폰이 사고 싶은 물건 1위였다. 용돈을 나누어 관리하며 소비 저금통에 차곡차곡 모았지만, 스마트폰을 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번 설날에 친지로부터 받은 세뱃돈이 더해지면서 큰돈이 마련되었다. 모인 돈을 생각하면 최신형도 가능하지만 그동안 훈련된 합리적 소비를 생각하며 가격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사실 가격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은 사고 싶다고 생각할 때부터였지만, 최종 결정은 돈이 마련되었을 때 시장조사에 따랐다. 아이에게 필요한 휴대전화를 먼저 알아보고, 비슷한 사양의 스마트폰을 비교해봤다. 대략 가격이 27만9000원과 37만 원 두 대의 휴대전화 사이에서 고민했다. 하지만 사양은 같은데 기종에 따른 가격 차이임을 확인하고는 더 저렴한 것을 선택했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다
혹시 아이가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어서 한번 더 물어보았다.
"ㅇㅇ야, 최신 휴대전화를 갖는 친구도 있는데 더 비싼 스마트폰을 갖고 싶지 않니?"
"괜찮아요. 이것도 제가 쓰기에는 용량도 크고 성인이 되면 바꿔야 하니 저렴한 걸로 살게요. 대신 다른 걸 더 사고 싶어요."
아이가 가성비를 생각하며 충분히 고민했을 것을 생각하니 두말할 필요가 없다.
비슷한 사양의 스마트폰을 공짜로 주고 할부약정 하는 곳을 알아보니 훨씬 더 비쌌다. 요금제에서 할인해 준다고는 하나 할인금액이 결국 요금제에 모두 포함이다. 실제 따져보니 두 배의 구매 비용이 드는 것과 같았기에 자급제 폰에 저렴한 알뜰 요금제로 선택하여 가성비는 두 배로 늘어났다.
아이는 이렇게 내 형편에 맞는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그동안 버킷리스트로 생각했던 자전거, 가방, 샌딩 밴드(목공예에 필요한 공구 부품) 등을 샀다.
올바른 소비를 위해 그동안 쓰고 싶은 것도 참으며 열심히 모은 그 수고를 알기에 스마트폰 케이스는 선물로 사 주었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덮개 있는 케이스를 장착하고 즐거워하며 또 다른 꿈을 위해 검색창을 열었다.
"엄마 여름에는 제주도에 가고 싶어요."
2018년 다녀올 때는 아빠가 회사일로 바빠서 함께 하지 못했기에 온 가족이 제주도 여행을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이들 바람이다. 아이는 새 스마트폰으로 제주도 항공권 비용을 신나게 검색했다.
세뱃돈을 아이가 관리할 수 있도록 맡겼을 뿐인데, 올바른 경제 습관이 몸에 배었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꿈이 생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인내는 덤으로 얻게 되었다.
돈이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것, 사용할 때는 쉽게 없어진다는 것을 느끼며 경제 공부를 실천하고 있다.
"엄마, 돈이 썰물처럼 들어오더니 밀물처럼 사라졌어요."
물건을 구매한 기쁨 한편에는 돈이라는 물성의 정체를 그렇게 배워가고 있다.
그렇다면 모으기 저금통에 넣어 둔 돈은 어떻게 사용했을까?
세뱃돈으로 모은 '모으기 저금통'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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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시작한 '어린이 경제학교'를 시작으로 자녀의 경제적 자유를 위한 세 개의 저금통을 실천하고 있다.
자녀의 올바른 소비 습관으로 꿈이 이루어지는 신나는 삶을 살고 있다.
브런치 작가 https://brunch.co.kr/@naarya
저서<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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