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붕어찜.
<무한정보> 김수로
새벽녘 잡아올린 붕어에 고춧가루 양념을 얹어 1시간여동안 푹 쪄낸 예당붕어찜. 잔가시마저 부드럽게 씹히는 두툼한 생선살은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돈다. 시래기와 함께 흰 쌀밥에 척 얹어 먹으면 별다른 반찬을 곁들이지 않고도 금방 한 공기를 비운다.
물고기 손질부터 상에 나가기까지 손이 많이 가는 데다, 조리시간이 길어 어디서나 흔하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붕어찜은 지난 1964년 예당저수지가 완공된 뒤 어죽을 파는 식당에서 매운탕 등과 함께 메뉴에 올리며 널리 알려졌다. 잉어와 붕어, 뱀장어, 동자개(빠가사리) 등 여러 어종이 살고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예당저수지가 낚시터로 이름나며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자, 내수면어업을 통해 잡은 붕어를 요리해 팔기 시작했다. 근처 대흥·응봉지역 붕어찜 식당은 6~7곳 정도다.
"본격적으로 붕어찜을 한 건 25년쯤 됐어요. 초기에는 어죽에 전념했지만 손님들의 입맛이 다양해지며 붕어찜과 메기, 빠가사리, 새우를 넣은 매운탕까지 메뉴를 확대하게 된 거에요. 익었을 때 나는 특유의 비린내와 퍽퍽한 식감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어요" 예당어죽의 시초인 충남 예산군 대흥 노동리 '딴산옥'의 명맥을 잇고 있는 대흥식당 안종수(61) 대표의 말이다.
예당붕어찜의 생명은 '신선도'다. 전날 오후에 그물을 쳐놓았다 이튿날 해 뜨기 전 걷어올려 밤사이 잡힌 붕어들을 바로 요리하기 때문에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많이 잡히지 않은 날은 돈을 덜 벌지언정 있는 것만 손질해 판매한다.
"저수지가 바로 앞에 있는 덕분에 갓잡은 것을 사용할 수 있어요. 게다가 예당저수지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 자연환경이에요. 수질이 좋아 붕어도 맛있는 거에요. 또 워낙 넓다보니 활동량이 많아 육질이 더 좋아요.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죠."
품종은 참붕어(토종붕어)와 떡붕어로, 잡히는 비율은 7:3 정도라고 한다. 길이는 40~50㎝ 정도 되는 것을 사용한다. 꼬리를 자르면 냄비에 알맞게 들어가는 크기다.
붕어가 식당에 들어오는 시간은 아침 9시께다. 비늘을 벗긴 다음 지느러미를 자르고 알을 제외한 내장은 제거한 뒤, 양념이 잘 스며들도록 큼직하게 칼집을 내 주방으로 가져간다.
육수는 붕어를 통째로 넣어 1시간 넘게 푹 곤 것을 사용한다. 양념장을 풀어 간을 맞추고 무와 시래기는 바닥에 깔아 생선에서 나온 국물이 스며들도록 한다. 밑간한 붕어에 고춧가루와 다진마늘을 얹으면 얼큰 칼칼한 양념이 촉촉하게 배어든다. 함께 넣는 민물새우는 시원한 맛을 내는 일등공신이다.
시래기는 인삼보다 좋다는 가을무 잎을 쓴다. 뿌리부분은 반찬으로 나가는 짠지를 만들고, 잎은 연한 것을 골라 겨우내 말렸다가 불려 요리하는 것이다. 흙냄새와 비린내를 잡는 비법은 들깨다. 들깨가루를 올려 푹 쪄낸 뒤 들기름을 한 바퀴 두르면 냄새와는 작별이다. 마지막에 올리는 깻잎은 향긋함을 더한다.
붕어찜 식당들이 연구를 거듭하게 만든 것은 '잔가시'다. 대부분 민물고기가 그렇듯 붕어도 잔가시가 많아 먹기 불편한 단점이 있어, 여러 시도 끝에 불조절을 하며 30분에서 1시간 가량 쪄 살과 같이 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을 찾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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