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개 질문으로 살펴본 '20대 여자 현상', 책 <20대 여자> 표지
시사IN북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매일 정치기사를 읽고 편집하다보니 제 일상은 온통 정치여서, 꿈에서도 대선후보를 만나는(!) 정도네요. 그러나 최근엔 심신이 불안정한 데다, 코로나 밀접접촉으로 일주일 넘게 고립되면서 어느날 밤엔 '다 관두고 싶다'는 충동이 몰려오기도 했었어요. 신물이 나지만 그럼에도 저 또한 투표할 생각입니다. '권리와 의무' 보다는, 실은 잘 살고 싶어서요. 마포구 황예진씨처럼 이성친구에 맞아 죽는 여성이 더는 없었으면 해서요.
대선 끝난 뒤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3월 10일 아침은 오겠지만 부디 더 나은 하루였으면 합니다. 투표하러 갈 당신을 위해 미국의 대배우 메릴 스트립이 했던 말을 들려주고 싶어요.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연설 중 장애가 있는 기자를 흉내내어 비하 논란이 일자, 메릴이 그를 비판하며 했던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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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혐오를 부르고 폭력은 폭력을 낳습니다. 권력을 지닌 이들이 타인을 괴롭히려 자기 지위를 이용할 때, 우리는 모두 패배할 것입니다(When the powerful use their position to bully others, we all lose)."
당신께 권할 제 마지막 추천 컨텐츠는 <미싱타는 여자들>입니다. 여자, 노동(일), 배움... 집이 가난해서, 남자형제의 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해 10대 때부터 일터로 내몰린 여자들, 그래도 어떻게든 배우려 애쓰는 모습에 코끝이 찡해졌어요. 온라인 관람도 가능하니 꼭 한번 보시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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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되고 외로웠던 코로나 시기,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고마움만 전하고 싶어요, 당신도 그랬기를 바랍니다.
2022년 3월 2일
우리의 안녕을 기원하며, 성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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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에 선 당신에게, 혜미가 드립니다.
우리의 짧고도 긴 여행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네요. 지난해 연재를 처음 기획하면서 설렜던 순간이 떠올랐어요. 9개월여 동안 편지에 담긴 스무번의 페미니즘을 마주하고 고민하면서 저는 또 좀 자란 것 같아요. 편지를 쓰고나서, 돌아온 답장을 읽다가 울컥했던 기억들이 떠올라요. 절절하고 애틋한 마음들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을지…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차별금지법과 생활동반자법, 난민과 성소수자·홈리스 등. 그간 우리는 어떤 이들에겐 매우 '인기 없을' 얘기를 주로 나눴던 것같아요. 그래도 주어진 시간과 공간 안에서, 갈 곳을 잃어버린 가장자리의 사람들을 모아내려 했는데, 얼마나 성공했는지 모르겠어요. 댓글로 메일로, 응원을 보내온 익명 독자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페미니즘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