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동연 후보의 사퇴에 이어서, 이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사퇴 소식을 듣는다. 이제 두 사람 다 후보가 아니니 호칭을 뭐라 해야 할지조차 난감하다. 하지만, 어쨌든 두 분 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의 양강구조를 적극적으로 비판해온 분들이라는 점에서 무척 당혹스럽고 개탄스러운 현실이다. 김동연씨의 사퇴로, 김동연 당시 후보에게 투표했던 내가 큰 상실감을 느꼈듯이, 안철수 당시 후보에게 투표했던 많은 유권자들 역시 지금 상심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 동병상련의 위로를 남기고 싶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안타까움을 담아 논평했듯이, '제3지대의 길은 정리된 것'처럼 보인다. 새정치를 말하던 사람들은 왜 이 최후의 국면에서 결국 기존의 소신을 꺾고 양강의 깃발 아래 몸을 숙이게 된 것일까. 김동연씨도, 안철수씨도,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을 것이(라 믿고 싶)다. 결국 문제는, 단판으로 끝나는 지금의 선거 체제가 아닐까.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들 모두가 이재명 후보와 그의 정책을 보고 결심을 굳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는 유권자들 전부가, 윤석열 후보와 그의 정책에 마음이 움직여서 그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양쪽에는 모두, 'OOO이 대통령이 되는 사태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어쩔 수 없이 '차악'으로서 지금의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 결코 낯선 이야기는 아니지만 너무나도 괴이한 상황이다. 국민으로서의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인, 그것도 국운에 직결되는 중대한 분기점인 대통령선거에서, 왜 유권자는 스스로가 원하는 최선을 선택하지 못하고 그저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일까. 선거가 단 한 번으로 끝난다는 현실이 문제의 근원이지 않을까.
심상정 눈물... 10년 뒤 한국은 나아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