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나는 벌들이 가득해야 할 벌집에는 벌이 보이지 않는다.
조찬현
벌통을 살펴봤다. 숫제 벌이 한 마리도 없는 벌통도 있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벌이 사라져 버린 벌통 앞에서 신씨는 할 말을 잃은 듯 하늘만 바라다봤다.
"참담하죠. 뭐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어요, 누구한테 하소연을 해봤자 알아주겠어요."
망연자실이다. 벌이 다 나가버리고 없어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고 한다. 벌을 새로 들여오려면 꿀벌 한 통에 20~25만 원 남짓이다. 세력이 좋은 벌들은 30~40만 원을 웃돌기도 한다. 이 또한 부담이다.
벌통 한 개의 꿀 생산량은 28kg에서 35kg이다. 2.4kg 꿀 한 병 가격은 5만 원이다. 50~75만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년 소득은 3500여 만 원이다. 양봉 농가는 꿀만 생산하는 게 아니다. 화분, 프로폴리스 등도 생산한다.
"밀원이 좋아야 합니다. 꽃이 많이 있어야지 꿀이 많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기는 참 지형이 좋아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서 고정 꿀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여수 130여 양봉 농가 꿀벌 4570군 소멸... 양봉업자들 시름
김성철 양봉협회 여수지부장은 "작년 7월에 꿀 뜨고 계속 벌을 키워나가고 있거든요. 9월 말까지 벌을 키웁니다. 벌이 늘어나게 되고, 위로 밀랍이 올라오면 벌이 아주 좋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벌이 한 마리도 없어요"라고 했다.
김 지부장은 "꿀벌 농가는 벌에서 꿀만 뜬 게 아닙니다. 꿀 다음에 화분, 그다음에 프로폴리스... 경험 있고 연구를 하신 분들은 로열젤리, 밀랍을 생산합니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양봉업을 하고 있는 홍경철씨는 "지구에 벌이 사라지면 3년 뒤 인간도 사라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벌을 키우는 건 공익사업인데 공익사업에 대한 보상을 못 받고 있어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응당한 대가가 있어야 합니다. 국가(여수시)에서 벌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벌을 키울 수 있게끔 지원도 좀 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벌 농가들은 공익사업이 되거든요. 벌이 모든 곡식의 매개체 역할을 해 주거든요. 나비나 벌들, 이런 곤충들이 해주는데 벌에 대해선 관심이 별로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