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를 만나 고아권익연대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 : 박은미 기자)
은평시민신문
-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의혹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은평구청에 아동학대 관련해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은평구청은 법적 결과가 나오면 그때 행정조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시설 아이들 학대 건 외 일반 아동학대 건도 이런 식으로 처리하냐고. 법적 결과 나오면 그때 TF 구성해 대응하는 건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아무 말 안 하더라.
보건복지부 직원은 '대표님 다닐 때랑 달라요.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는데요'라고 하더라. 단언하는데 아이들의 인권 유린은 더욱 심해졌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동안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줄 단체가 없다 보니 아이들 목소리가 짓밟혔다. 2017년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사건이 있었다. 그때 나서서 조사하고 예방했으면 됐을 텐데 정부와 지자체,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있었다.
정부나 지자체는 시설문제가 드러나는 걸 원치 않는다.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국민들이 이런 실태를 알게 되면 그 책임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아이들을 이렇게밖에 못 키웠는가, 그게 드러나는 게 두려운 거다.
그리고 사실 학대의 주범은 교사가 아니라 국가다. 교사들이 아이들 관리하는 거 쉽지 않다. 혼자서 2~3명 관리하기도 힘든데 10명씩 관리하라고 해봐라. 그중 8명이 따르고 2명이 잘 따르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어떻게 되겠는가?
정부가 이런 시스템을 만든 거다. 아이들이 신고하면 공무원이 와서 '선생님 말 잘 들어야 해' 하고 가 버린다. 정부가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그 책임을 교사에게만 물을 수 있겠는가?
최근 보육교사들이 힘들어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뉴스를 봤다. 아이들 관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 교사는 떠나고 아이들은 상처를 받는다. 누구도 평생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 없다. 이렇게 삶에 찌든 아이들에게 18세 이후 갑자기 정직하게 살 것을 요구할 수 있을까?
교사들도 사실 제2의 피해자다. 문제 있는 아이들은 때려서라도 시설을 조용하게 만들어라, 18세까지는 조용히 있게 하라고 요구한다. 시설에서 나간 이후에는 세상도, 시설책임자도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리고 삶이 피폐해져서 나온 아이들은 문제를 제기할 힘이 없다.
만약 교사들에게 대기업만큼 연봉을 주면 어떨까? 아이를 돌보면 끝까지 돌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진실되게 일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지역에서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아이들의 눈빛과 몸짓에 관심가져 달라. 지역주민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솔직히 이렇게 폐쇄적인 시설이 없다. 지역사회에 오픈하고 담장을 내리고 탈시설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은평의 주민들이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주면 좋겠다. 보호대상 아동들에 대한 시민감찰단을 운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제든지 시설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시설 안으로 들어가는 힘과 조직이 만들어지고, 또 들어가서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고 아빠가 되어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혹시 문제가 있으면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지금 고아인권특별법 초안을 만들었다. 부모를 찾으면서 겪었던 어려움 등을 녹여내 부모를 만나는 과정, 만나고 나서 필요한 제도 등을 넣었다. 이 특별법에 동의하고 진정성을 보이는 후보가 있다면 응원할 것이다. 우리는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그동안 빼앗겼던 권리를 다시 찾아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진짜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어려운 조건에 처한 부모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그 부모에게 어떤 조건을 지원해주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지 국가가 물어야 한다.
도저히 양육이 어려울 때는 입양가정을 찾아야 한다. 물론 입양 후에 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때 국가는 이 아이를 원가정으로 복귀시킬지, 다시 입양을 선택할지 같이 의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민주적인 과정이 있어야 아이도 행복하고 맡긴 부모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시설에서 학대가 일어났다는 뉴스를 접한 부모들은 가슴이 찢어진다. 나타날 수도 없고.
아이가 파양되거나 성인이 됐을 경우, 원가족 부모를 알려주고 만나면서 사후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모든 걸 감추고 숨기지 말고 아이도 참여하는 대화의 장을 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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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주범은 교사 아닌 국가, 고아인권특별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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