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리 6기 졸업식을 앞두고 강화읍 남산에 다함께 올랐다. .이제는 새로운 시작해야 한다.
꿈틀리인생학교
나는 ISTJ, 딸 모아는 ENFP! 너무 다른 성향의 아이를 내 틀에 끼워 맞추려고 혼내고 부딪히면서 중학교 1학년까지를 보냈던 것 같다. 사춘기 딸을 키우는 것이 만만하지 않았고 꽉 막힌 엄마 밑에서 사춘기를 보내야 했던 딸도 삶이 만만하지 않았을 터였다.
사회에서는 민주적인 시스템을 외치다가 집에만 오면 아이들이 내 말을 잘 들어주길 바랐다. 그런데 모아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참지 않았고 끊임없이 나와 싸웠다. 치열하게 싸워준 딸 덕분에 나는 세상에 나와 다른 결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이 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결국 받아들이며 진짜 어른이 되어갔다.
모아는 중2, 중3이 되면서 열심히 공부했고 너무 일찍부터 너무 열심히 공부해서 걱정이 되었다. '고등학교까지 공부하려면 저렇게 하면 안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중3 시험이 끝난 뒤부터 모아는 책을 읽고 생각하며 지냈다. 퇴근해서 오면 거의 매일 '엄마!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엄마! 내가 오늘 책을 읽었는데..' 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고등학교가면 어떻게 내신관리를 해야하는지 유투브를 찾아보기도 했고, 여전히 아이돌을 쫓아 덕질도 했다. 카메라, 애플워치, 맥북 등의 위시리스트, 그 모델과 기능을 내 앞에서 읊어대기도 했고, 유투브를 보며 세상 즐겁게 웃기도 했다.
모아는 긴장도 하고 기대도 하며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코로나19로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시간에도 이전 일상을 반복하며 지냈지만 막상 고등학교에 가서 생활하고 시험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자퇴'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처음에는 모아에게 자퇴하면 뭘 할 것인지 정해서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 결정에 도움이 될 거라며 다른 대안학교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모아는 시험이 있는 곳에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나도 모아도 자퇴하는 것보다 자퇴 이후 무엇을 해야할 지 막막해서 결정을 할 수 없었고 모아 몸에선 점점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모아는 온몸으로 아프다고 말했다. 이러다가 겨우 회복한 모아와의 관계에 다시 문제가 생길까 두렵기도 했고 모아가 정말 아파서 낫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다. 주변 사람들은 그러다 결국 적응한다고 딸을 잘 다독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험으로 순위를 메기고 경쟁해야 하는 시스템이 견딜 수 없다고 했던 모아가 결국 다른 사람들처럼 그렇게 적응하게 될까봐 더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가 '삶을 위한 수업'을 읽으며 덴마크에는 에프터스콜레가 있고 우리나라에도 이것을 벤치마킹한 꿈틀리 인생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꿈틀리의 교육프로그램은 오전에는 주로 민주시민교육이었고 오후에는 동아리 활동과 밭농사, 논농사 활동이었다.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 평화, 인권, 노동 등의 민주시민 교육이라 생각했지만, 학교에서는 이런 교육이 내실 있게 진행되지 않아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꿈틀리 인생학교의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을 보고 너무 반가웠다. 더구나 오후에는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있고 밭농사, 논농사까지 있다니...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교육이 다 있었다. 유투브나 블로그에서 꿈틀리학교 소개영상과 글을 찾아보면서 확신이 생겼고 모아에게 소개했다. 모아도 나도 '자퇴 이후'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꿈틀리 인생학교 소개영상을 보고 바로 결정했다. 꿈틀리 인생학교에 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