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자료사진). 사진은 2021년 8월 23일 모스크바 외곽 패리어트 공원에서 열린 국제군사포럼 'Army-2021' 개막식 연설 중인 모습.
AFP=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과 견제 속에서도 푸틴의 러시아는 세계 곳곳에서 힘을 과시했다. 일례로, 지난 1월 21일에는 러시아 해군이 이란·중국 해군과 함께 인도양에서 '2022 해상 안보벨트 합동훈련'을 실시했고, 2월 10일에는 우크라이나 북쪽 벨라루스와 연합군사훈련을 개시했다. 17일에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새로운 군사협정으로 양국의 군대 공유가 가능해졌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있었다.
전날인 16일에는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부총리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양국 군사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같은 날 푸틴은 친미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만나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기시 노부오 방위대신의 표명에 따르면, 2월 1일부터는 동해와 오호츠크해 남부에서 러시아 해군 24척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러시아 군대의 동해 활동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부터는 러시아 공군이 울릉도와 독도 주변에도 자주 출현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및 서방세계와 갈등을 빚는 속에서도, 푸틴과 러시아는 동유럽·중앙아시아·인도양·서태평양·동북아는 물론이고 중남미에까지 간여하고 있다.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고자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친미국가인 브라질에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 시리아 내전 개입에서도 나타나듯이 중동에서도 러시아의 영향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세계 어디서든 러시아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유라시아주의라는 표현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푸틴과 러시아는 글로벌하게 팽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적대국들과 갈등을 빚는 동안에도 이렇게 했다는 것은 그의 머릿속에 담긴 것이 상당히 큰 그림이라는 추정을 갖게 할 만하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을 추모하고자 설립된 싱크탱크인 윌슨센터 홈페이지(www.wilsoncenter.org)에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 제국의 이데올로기(Russian Eurasianism: An Ideology of Empire)'라는 글이 실려 있다. 이 글은 "유라시아주의는 러시아와 그 경계선이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위치를 차지함을 확인하는 이데올로기로 정의될 수 있다"며 "유라시아주의는 유럽의 변방에 있다는 관점을 거부하고, 정반대로 이 나라의 지리적 위치를 일종의 메시아적 제3의 길로 해석한다"는 말로 푸틴의 유라시아주의를 규정한다.
미국과 서유럽인들이 사용하는 세계지도에서는 한국과 태평양이 동쪽 끝에 있다. 그런 지도에서는 러시아 역시 주류 진영인 미국과 서유럽의 동쪽 변방에 있다. 대서양 양안의 미국과 서유럽이 주도하는 현존 세계질서 하에서, 러시아는 동쪽 변방에 있는 '힘은 세지만 덜 개화된 나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푸틴의 머릿속에서는 그런 지도가 아닌, 태평양이 정중앙에 놓인 세계 지도가 펼쳐져 있다. 이 지도에서는 러시아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고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잇는 중간 지역이 된다. 푸틴은 이런 관점으로 세계질서를 대하고 있다는 게 위 글의 설명이다.
위 글은 푸틴의 유라시아주의에 메시아적 신앙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러시아의 팽창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슬라브문명이나 중앙아시아 이슬람문명의 역할 확대도 의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위 글은 "슬라브어와 투르크-무슬림의 혼합"을 유라시아주의의 특징 중 하나로 거론한다. 새로운 문명 조합을 갖고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푸틴의 비전을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
한반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