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방 입구
오창환
중앙박물관에 수없이 많은 유물이 있지만 반가사유상이 가장 인기 있는 작품에 속한다. 루브르 박물관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유물이 있지만 사람들은 그 박물관을 모나리자로 기억한다. 이번 전시는 한시적인 특별전이지만, 상설 전시로 상당 기간 이렇게 전시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불상은 결가부좌 상태로 명상을 하고 있다. 해탈한 부처상이다. 그런데 반가사유상은 반만 가부좌를 한 상태로 명상이 아니라 사유를 하고 있다. 어찌 보면 해탈한 부처가 아니라 부처가 되는 과정에 있다. 예술에서 완전 균형 상태는 재미가 없다. 경계에 서 있어야 갈등이 생기고, 거기서 예술이 탄생한다. 반가사유상이 매력적이고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런 점 때문이 아닐까.
두 분 부처님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생각해 본다. 1400여 년 전, 이 불상을 거푸집에서 빼낼 때 이 작품을 만든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박물관 내 다른 전시관에서는 서서라도 스케치를 하겠는데 여기는 너무 어둡고 사람이 많다. 사진을 찍어서 돌아왔다. 집에서 찍어온 사진을 보면서 그림을 그려야 할지 아니면 사람 없을 때 한번 더 가서 그려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손에 펜이 들려있다.
수채로는 사유의 방 분위기를 그려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다른 재료(media)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사쿠라에서 나온 메탈릭 페인트 <마카 팬터치> 골드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이 펜에는 불투명 안료가 들어있고 칠하면 금색으로 반짝거린다. 금동 불상을 그리기는 최적이다.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금색 펜으로 채색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잉크 위에 다른 미술 재료가 올라가질 않는다. 수채 물감, 마카, 색연필 모두 이 잉크 위에서는 둥둥 떠 있어서 손으로 문지르면 바로 지워진다. 또 다른 색의 페인트 마카로 칠하면 되겠지만 불상의 은은한 분위기를 낼 수 없다. 그런데 연필이 이 물감 위에 잘 발라지는 거 아닌가! 그래서 연필로 불상을 마무리하고 주변도 간단하게 연필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