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자살을 유발하면서도, 과로와 자살 간의 연관성을 흐릿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은 '존버씨의 죽음'
오월의봄
'존버씨의 죽음'은 시간 연구자인 김영선님이 쓴 책으로 과로와 죽음 간의 거리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과로라고 하면 장시간 근무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자본주의적 착취의 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과로의 성질이 이전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성과 평가가 도입되어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노동을 쥐어짜고, 디지털 모바일 기술로 SNS 업무 지시와 같이 업무시간이 아닐 때도 지속적인 감시를 받게 되었다. 저자는 이를 통해 현재 발생하는 과로죽음의 원인을 '과로+성과체제'라고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금융회사, 경마장, 게임업체, 우정사업본부 등 과로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업종에서 이러한 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들을 세밀히 파헤쳤다. 만연한 성과주의와 능력주의로 인해 노동자 스스로 '내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나 스스로가 무능하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하게 만든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반면 각 업종별로 그러한 경향이 강화된 독특한 원인이 있다는 점은 새롭다. 가령 게임업체의 경우 PC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주력이 바뀌면서, 게임 개발 기간이나 유행 주기가 급격히 짧아지고 업무량이 늘어난다는 점은 미처 몰랐다.
업무 관련 자살의 산재 인정 기준에 대해서도 자세히 분석하여, 과거 치료력이 있거나 업무 스트레스의 정도가 '통상적'이라는 이유로 불승인이 남발되는 상황에 대해 논리적 오류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판정 결과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문제다. 산재 승인 여부에 관여하는 전문가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존버씨의 죽음'은 과로로 자살을 유발하면서도 과로와 자살 간의 연관성을 흐릿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