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감을 때 머리카락이 점점 더 많이 빠진다나이가 들수록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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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을 시도하게 된 이유는 머리숱이 줄어드는 것을 확연하게 느끼면서였다. '이제 나도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지는 나이가 되었단 말인가?' 머리 감은 물을 따라 뱅뱅 돌고 있는 머리카락을 보면서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물로만 감는 '노푸'를 시도해 보자고 야심 차게 마음먹었지만,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샴푸를 다시 찾았다. 두피가 지성이라 머리에 포마드 바른 듯 진득거리는 것도, 가려운 것도, 냄새도 모두 참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계면활성제가 없어도 기름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열심히 검색에 들어갔고 그때 눈에 띈 것이 바로 '밀가루풀'이었다. 그러고 보니 삼겹살을 구워 먹고 밀가루를 이용해 기름기를 닦아냈던 일이 생각나면서 왠지 효과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밀가루풀로 머리를 감는다고 하니 사람들은 어떤지 궁금해했다. 거품이 안 나는 것이 생소하고 피부가 뽀드득거리는 느낌 없이 마무리(?)하고 나오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생각보다 괜찮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도 밀가루풀을 사용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매일 엄마 코 밑에 정수리를 갖다 대고 "냄새 안나?" 물으며 정말 괜찮은지 확인하는 날들을 보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가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넘어가면서 거품이 안 나는 머리 감기에 적응했다. 그즈음 "이상하네, 예전보다 머리에서 나던 냄새가 훨씬 덜 하네"라는 긍정적인 말에 더는 엄마 코에 정수리를 갖다 대지 않았다.
밀가루풀을 추천하면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 언제 밀가루풀을 끓여서 머리를 감겠냐는 말을 듣는다. 습관이 되면 별로 불편하지 않지만, 매번 끓이는 것이 부담된다면 한 번에 많이 끓여서 냉장고에 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단, 심한 지성 두피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피부과 의사의 말도 있으니 자신의 두피 상태에 따라 선택하면 좋겠다. 또 헹구면서 물을 충분히 흘려보내 밀가루풀이 하수구에 남지 않게 해주는 게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이 더 많은 밀가루풀. 특히 욕조 배수구를 막던 머리카락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보면 원래 기대했던 목표가 이루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게다가 샴푸나 린스에 들어있는 미세플라스틱을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샴푸를 쓰지 않으니 플라스틱 통을 버리는 일도 줄어든다.
잘 알려져 있듯이 샴푸의 계면활성제는 피부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분마저 없애기 때문에 두피는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기 위해 더 많은 기름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한여름 출근길 만원 버스 안에서 코로 훅 들어오던 불쾌한 냄새는 피지 분비가 과해지면서 생기는 것이다.
반면 씻고 나도 뽀드득 거리지 않는 밀가루풀은 적당히 기름기를 없애준다. 샴푸로 제거된 유분보다 더 많은 양을 뿜어내는 악순환을 끊어냈기 때문에 쉰내도 덜 난다. 덕분에 수건에서 나던 냄새도 줄어 빨래 삶는 수고도 덜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