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않듯이 코로나 '증상'도, 받아들이는 '불안도'도 각자의 환경, 경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내 입장에서 코로나 육아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불안'과 '선택'이었다. 이래도 불안 저래도 불안한 가운데 어떤 선택이든 해야 했으니까.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오늘 유치원에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부터 확진자 수가 갑자기 늘어도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했던 날엔 이게 최선인지, 카페나 식당, 실내 놀이터에 가도 될지, 야외 놀이터에서는 마음 놓고 놀아도 될지, 이러다 아이가 감염되면 어떻게 하지? 이러다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지? 등등...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달려 있는 선택의 무게는 너무 무겁기만 하다.
어느 날 점심시간을 피해서 간 음식점에서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고 아이가 물었다. "엄마, 밥 먹으면서 말해도 돼요?" 유치원에서는 식사시간에 절대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미안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방역 수칙에 가장 잘 협조하고 있는 이들이 아이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현관에서부터 마스크를 찾고, 집에 들어오면 손 먼저 씻고, 건물에 들어가면 열 체크부터 챙긴다. 아무리 답답해도 땀이 차도 유치원에서는 마스크를 내리지 않고, 밥을 먹을 때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이렇게 애쓰는 만큼 어른들은 아이들의 입장을 들여다보려고 애쓰고 있는 걸까. 주2회 등교 전 검사 논란이 일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그거였다. 의무든 권고든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결정한 것인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육아, 코로나 교육 앞에서 아무도 답을 알지 못하기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일단 참고 견디어 보라고 하기엔 아이들은 이미 너무 많은 걸 견디고 있다.
보호자들은 자신의 선택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모르니 불안하다. 그러니까 일부 아이들의 신체적·정서적 고통을 감수할 만큼 필요한 검사라면 자세한 정보, 근거와 함께 설득의 과정이 먼저였어야 하지 않을까. 역시 어른들 말은 따르는 게 아니야, 라는 교훈만 주고 끝나지 않으려면 말이다.
집에서 검사하고 유치원에 갔다가 돌아온 아이의 마스크를 벗겨보니 코에 빨갛게 물든 휴지가 꽂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코피 잘 나는 아이인데... 내가 아침부터 찔러댄 면봉 때문은 아닌지... 가뜩이나 미안한 거 많은 코로나 등원 시기에 나는 또 한 번 아이에게 미안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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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중고 코로나 주2회 검사, 정말 최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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