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권우성
- 일단 당장 공개한 분양원가를 토대로 보면 향후 공사가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가도 더 내려길 여지가 있는 것 아닌가.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이익을 줄이지 못하는 상황이 있다. 공공주택 유지비·운영비 등을 중앙정부가 지원해줘야 하는데 지원을 못받고 있다. 공공주택은 국가 사업이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임대료도 우리는 그동안 동결을 해와서 LH보다 임대료가 낮다. 제도적 문제를 풀어가면서 공사의 분양 수익을 좀 줄여도 좋을 환경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 토지임대부(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 이른바 반값 아파트 정책으로 불린다.) 등 당장 할 수 있는 정책들도 있지 않나. 그동안 줄곧 주장해왔던 토지임대부 아파트은 언제 볼 수 있을까?
"토지 임대부라는 표현을 이제는 쓰고 싶지 않다. '건물만 분양'이라고 용어를 좀 쉽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용어가 아직 확정된 건 아닌데, 일단 건물만 분양이라고 써줬으면 좋겠다. 마곡이나 위례, 고덕 등 우리 공사가 가지고 있는 땅에 우선적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기존 분양 방식이 정해진 걸 바꿔야 하니까 절차를 밟고, 의회와 서울시와도 협의를 해나가야 한다. 절차적 문제만 해결된다면 상반기 중에 시동을 걸 수 있다."
- 건물만 분양 아파트 분양가는 어느 수준이 될까?
"건물만 분양 아파트의 경우 25평 아파트를 3억, 강남권에는 5억원에 분양할 거라는 얘기를 지금 6개월째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파트를 짓는 건축비를 평당 600만원을 투자했다면 지금보다 50% 이상을 더 투자할 것이다.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가 아닌 서울 사정에 맞는 서울형 건축비를 신설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 서울형 건축비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지금까지 지은 공공 아파트는 50년 수명이었다면, 앞으로는 건축비에 지금보다 50% 이상 더 투자해서 100년, 200년 가는 명품 주택만 지을 것이다. 공공주택 품질을 개선하는 문제는 시장 지시사항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건축물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지어서 대대손손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건물만 지을 것이다. 설계 도면과 건설자재들도 모두 공개하고,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할 것이다. 건물만 분양을 하기 때문에, 분양가는 3억~5억원 선에 맞출 수 있다. 그런 연구는 내가 20년 전부터 해놨다. (건축비 연구 책자를 들어보이면서) 이걸 봐야 한다."
공정률 90%에서 후분양하면 생기는 일들
- 최근 후분양제를 공정률 90% 수준에서 하겠다고 했다. 공정률 기준이 기존 80%에서 더 높아진 것인데 어떤 차이점이 있나?
"30층짜리 아파트는 공정률 90%이면 1층부터 10층 이상까지는 이미 다 완공된 상태다. 1층부터 10층까지 완공된 아파트를 분양 받을 사람들이 다 봐서 꼼꼼히 다 확인한 후에 살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 후분양을 하면 분양권 전매도 사라진다. 이번 광주 아이파크 같은 사건이 생기지 않는다. 우리는 15년간 후분양을 해오면서 이자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LH 분양가보다 SH공사 분양가가 비쌌나. 그렇지도 않다. 후분양을 하면서 서울시민들에게는 전혀 부담을 주지 않았다. 이런 것들을 보여주면서 중앙 정부 통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 정책들을 해나가고 있다."
- 최근 대선후보들이 분양원가 공개와 토지임대부 주택 등 김 사장이 주장해온 정책들을 잇따라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빛을 보지 못했던 정책들이 비로소 알려지게 되는 셈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정책에는 저작권이 있는 게 아니니까 각자 알아서 하면 좋겠다. SH공사가 내놓는 정책들과 중앙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이 서로 경쟁을 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주택 정책이 나아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나는 정책 결정권은 없지만 시민운동가일 때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정책 제안을 할 것이다. 권한이 있는 정치인들은 공약만 내놓지 말고 분양원가 공개 등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은 당장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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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억에 분양해도 남는데, 3기 신도시는 왜 그리 비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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