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에서 황새 세 마리를 만났습니다

그들과의 만남이 내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 이유

등록 2022.02.21 11:14수정 2022.02.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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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습지에서 확인한 황새 3개체 .

작은 습지에서 확인한 황새 3개체 . ⓒ 이경호


금강에서 진짜 운이 좋을 때만 만날 수 있는 황새를 봤다. 그것도 3개체나! 지난 20일의 일이다.

새를 보기 시작한 지 25년이 됐지만 황새를 2개체 이상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약 70개체가 새만금에 왔다고 해서 찾았지만 헛걸음을 했었다. 이렇게 대규모 군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없었기에 매우 아쉬웠다.

이번에 만난 3개체는 큰 습지가 아니라 금강에 작은 습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금강의 작은 습지에서 월동을 한 것이다.

황새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199호로 지정된 국내 법적보호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된 국제보호조류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2500여 마리가 전세계 개채군의 전부일 정도로 위협받고 있다. 종의 다양한 유전자를 후세대로 이어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70억 명이 넘는 전 세계 인구에 비하면 더 보잘 것 없는 개체만이 남아 있다.

앞에 가려지는 갈대가 많아 혹시 이동하면 좀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기다렸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않아 조심스럽게 등을 돌려 나왔다. 추운겨울 열량 소비를 줄이기 위해 쉬고 있는 상황에서 필자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졌다. 사진을 촬영하고 새들을 기다린 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임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었다. 

국내에 황새 약 90개체 정도가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동안 1~2개체 무리만 봐 왔기 때문에 필자에게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솔직히 황새를 직접 눈으로 관찰한 횟수도 7회 내외밖에 되지 않는다. 

확실히 새들을 만날 수 있도록 여러 습지들이 발달한 금강의 위용을 다시 확인했다. 4대강 사업으로 습지가 훼손됐지만 수문이 개방되면서 습지가 복원돼 황새를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황새가 확인된 습지도 수문이 개방되면서 만들어진 작은 습지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다시 4대강 사업을 옹호하고 나섰다. 작은 습지들은 복원되면서 황새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들은 후보에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수문개방 이후 금강의 상황은 매우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다. 미호종개, 흰수마자 등의 멸종위기 생물들과 제첩 등의 저서생물 등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 

이렇게 귀한 황새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서식처가 되지만, 어류와 저저 생물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서식처가 된다. 이런 서식처의 복원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 4대강 사업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재자연화를 더 확실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도 모자랄 판이다. 4대강 사업을 한 이후에 금강은 그야말로 썩은 강이 됐다. 실지렁이 붉은깔따구가 창구러하는 금강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수문 개방만으로도 황새까지 돌아온 금강은 점점 더 자연과 공존하는 강이 되어가고 있다. 이를 평가하고 있는 환경부도 인정하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재자연화에 앞장서야 한다.  

황새는 성대가 퇴화돼 소리를 내지 못하고 부리를 부딪쳐 의사사통을 한다. 소통이 된다면 금강의 작은 습지를 매년 찾아 줄 것을 요청하고 싶은 생각이다. 내년을 기약하며 내년에는 3마리가 아닌 더 많은 개체수가 찾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황새 #작은습지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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