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권우성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성공한 대통령의 자격'으로 첫 머리에 꼽는 것은 '민주적 가치의 내면화'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이 줄줄이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은 이유를 여기에서 찾고 있다.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어떨까. 17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윤 전 장관은 제각각의 이유로 두 사람 모두를 걱정했다.
이재명 후보는 장점인 '돌파형 리더십'이 단점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자칫 성과에만 연연하다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고 파열음을 키울 수 있어서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상명하복 질서가 강한 검찰조직에서 평생을 지내온 인물이라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홍보용으로 빌린 무궁화호 열차에서 구두를 신은 채로 좌석에 발을 올렸던 '구둣발' 논란 같은 일을 보면, 검찰 '밖' 세상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도 지적했다.
그렇게 둘 다 "위험하다"면서도, 윤 전 장관은 오는 3월 9일 누구를 찍을지 정했다고 밝혔다. "저로선 '누구를 찍는 게 덜 위험한가'(를 따졌다)"라며 "선거란 최악 중에 최선을 뽑는 일이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찍어야지 어떻게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과연 그가 마음에 둔 후보는 누구일까?
"윤석열·이재명 둘다 잘 모르지만... 제가 보기엔 이렇다"
- 역대 대통령들이 '민주적 가치의 내면화'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는데, 현재 대선 후보들에게 똑같은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저 역시 똑같다. 제가 두 분 다 잘 아는 분들은 아니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할 때 먼저 만나자고 해서 삼계탕집에서 한 2시간 얘기했고, 도지사 재임 중 일요일날 두 번쯤 점심을 먹었고, 이번에 저녁 먹은 것까지 하면 (만난 횟수가) 네 번쯤 되나? 그래서 조금은 어떤 사람인지 나름대로 평가할 단서 정도는 얻었다고 보는데...
제가 TV토론을 보면서 그걸 느꼈는데, 이 양반은 굉장히 어려운 삶을 살아온 분이더라. 뭐냐면 이재명의 생애는 앞으로 닥쳐오는, 거듭 닥쳐오는 수많은 난관을 돌파하고 살아온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도 가만히 보면 완전히 돌파형 리더십이다. 난관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좋다. 하지만 '돌파 돌파'만 하면, 국정이라는 것은 돌파형 리더십으로, 더군다나 지금의 복잡한 국정을 저런 돌파형 리더십으로 잘 극복할 수 있겠나 하는 의문은 생긴다.
그런데 이번에 만나서 2시간 동안 이야기를 굉장히 끊임없이 하고 느낀 것은 있다. 도지사를 하면서 따로 국정에 관한 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그렇게 던지는 문제마다 자기의 정리된 생각을 딱 간결하게 얘기하기 어렵고, 막연하게 얘기하거나 잘 모를 텐데, 무슨 얘기를 딱 꺼내면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 준비된 의견, 정리된 의견이 있다는 것이다. 이건 노력이 있지 않고선 안 된다. 머리가 명석하니까 가능한 것도 있겠지만, 굉장히 조직적 두뇌를 가진 것 같다. 그래서 아주 말이 간결하고 쉬운데 정확하게 느껴지더라. 그러면 그건 준비가 있었다고 보이는 거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일면식이 없다. 그래서 뭐라고 평가할 만한 아무런 단서가 없는데, 가끔 뉴스에 비치는 모습을 보면 '이분이 평생을 검찰에서만 보냈기 때문에 밖의 세상을 거의 모르는 것 아닌가. 저건 나중에 대통령이 되면 굉장히 어렵겠다. 본인도 어렵고,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좀 들었다.
또 한 가지, 그 양반이 검찰총장할 때 대선에 출마할 것이란 보도가 나와서 제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검찰이란 조직은 철저히 상명하복의 질서가 존재하는 수직적 구조 속에서 운영된다. 그 수직적 구조에서 평생 성장하고 일한 사람이 다양성이 중요한 민주주의 사회를 어떻게 통합하고 국정을 끌어갈 것인지 걱정'이라고. 지금도 저 양반이 그걸 어떻게 할지 물음표로 남아있는 부분이긴 하다. 제가 못 보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뜻밖에 잘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피상적으로 보기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