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권우성
- 이런 논의가 사라지고 진영대결만 남은 원인을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찾는 사람들도 많다.
"의회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국정을 원만하게 수행할 방법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합을 굉장히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런데 국민통합은 따로 어떻게 노력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의회민주주의 운영과정과 원리를 잘 지키면 저절로 이뤄진다. 하지만 정당이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그게 안 될 때 표결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는 헌법적 기능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대통령은 권력을 잡고 나면 집권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려고 한다. 과거에는 집권당을 다수당으로 만들려고 대통령이 음성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면 야당이 극렬하게 저항해서 국회가 파행된다. 한두 번 겪었나. 아니, 지금 문 대통령이 소속한 민주당이 야당일 때 국회에 전기톱이 나오고 쇠망치가 나왔다(2008년 12월 1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한미FTA비준동의안 상정 당시 – 기자 주). 피장파장이다. 그러니까 국민통합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은 대통령의 지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착각을 한다. 헌법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라고 하는데, 그건 국가를 대외적으로 대표할 때 자격이고 내부적으로는 행정부 수반이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하면 마치 자신이 삼권분립 우위에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한 것 같다. 제가 보기엔 거의 예외가 없다. 김영삼·김대중 같은 분들은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존재였지만, 다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제가 그걸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스스로 찾은 답이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자가 되려면 소위 민주적 가치가 내면화해서 그냥 저절로 사고방식이나 행동방식이 민주적이어야 하는데, 이분들은 태어나서 성장하고 교육받고 활동할 때 다 전체주의 시대에 살아서 그럴 기회를 전혀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지만, 어쨌든 아이러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은 스스로 민주적 가치를 내면화했나 살펴봐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이 6명이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조리 다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평가받는다. 문재인 대통령도 거의 임기가 끝나가는데 '성공한 대통령' 소리 듣기는 틀렸고."
"'촛불혁명'이라던 문 대통령, 지금까지 모습은..."
-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갈라치기'를 했다고 줄곧 비판해왔는데, 어떤 점이 제일 아쉬웠는가.
"'촛불혁명'은 헌법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탄핵했으니 엄밀히 따지면 혁명이 아닌 데도 국민들이 그 이름을 수용했다. '혁명적 변화'를 해야 한다고 해서 받아들였다. 문 대통령 스스로는 '촛불정권의 광화문 대통령'이라 했다. 그러면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게 무엇인가. 민주주의, 민주적 가치의 회복 아닌가. 그런데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 어떤가. 아니지 않은가. 여전히 제왕적 대통령으로 하려고 했고. 이 역설을 나중에 뭐라고 설명할지 모르겠다."
- 그런데 윤석열 후보가 현재 1등이고, 정권교체 여론도 높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 수준이다. 오늘(17일) KBS 라디오 최강시사 인터뷰에선 '대통령 지지층만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는데.
"견고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나. 갈라치기를 해서. 그런데 방송을 마치고 나니까 생각난 게, 지금 코로나 위기국면 아닌가. 위기국면에선 국민은 항상 불안감 때문에 정부나 대통령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런 심리적 요인도 있을 것 같다."
- 의원내각제에는 찬성하는가.
"저는 언젠가는 내각제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는 국민 요구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자신들이 결과에 대해 국정의 책임을 져야 한다. 5년 단임제는 이 두 가지를 다 지킬 수 없다. 한 번 하고 나갈 사람이니까 국민이 뭐라고 하든 내 맘대로 한다. 대표적인 게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아닌가. 국민이 아무리 반대해도 해버리지 않았나.
하지만 (대통령은) 5년 하고 나가버리니까 책임을 다 묻지 못한다. 그러면 그 대통령이 소속됐던 당에 물어야 하는데 (2012년 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했나. 당의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다 바꾸면서 '우리는 야당입니다' 행세를 했다. 심판대상을 없애버리는 거다. 사실 의회정치 하는 나라가 그러면 안 되는데, 다반사로 한다. 그러니까 반응성도 책임성도 없다. 저는 그래서 5년 단임제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4년 중임제가 장점만 있진 않지만, 반응성과 책임성 면에선 낫다고 본다.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안 된다고 본다. 국정의 기본은 경제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첫째, 민생을 다루는 게 경제다. 둘째, 국가 안보 때문에도 경제가 중요하다. 경제력이 있어야 군사력을 가질 수 있고, 경제력과 군사력이 있어야 외교력을 가질 수 있다. 힘없는 나라는 외교력이 안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교, 국방도 역할을 하려면 경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은 외치, 총리는 내치를 하는 이원집정부제는) 말이 안 된다."
"청년들 586에 실망... 그래도 '이준석식 공정'은 위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