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포항 시민과 지역 단체들은 포항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포스코의 지주회사 서울 본사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포항시
포항시가 반대하는데도 포스코그룹이 지주회사와 연구원을 서울에 두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포스코 측은 "지주회사 전환은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 크고, 지주회사 본사도 이를 위한 선택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중앙일보, 2.14). 풀어보면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는데 서울이 적합하다는 말입니다. 미래기술연구원도 '우수 연구인력 확보를 위해' IT기업과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모여있는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 지난 1월 4일 개관했습니다(뉴시스, 1.4).
'남방한계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명문대 공대를 졸업했거나 자격 조건이 뛰어난 취업준비생들이 지방 근무를 피한다고 해서 생긴 말입니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가 있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네이버·카카오 같은 기술 기업이 입주한 성남시 판교밸리를 각각 '기흥 라인' '판교 라인'이라고 하는데 이 두 곳을 엘리트 신입사원을 뽑을 수 있는 남방한계선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중앙일보, 21.7.4).
현실이 이렇다 보니 "연구나 전략 중심의 조직은 우수인재 유치와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에 소재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한 재계 관계자의 말(파이낸셜뉴스, 2.16)처럼 포스코도 지주회사와 연구원을 서울에 두기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소 같은 경우 굳이 서울이 아니더라도 포항에 얼마든지 세울 수 있다"(시사저널, 2.17)라고 보는 포항시의 분위기와는 다릅니다.
포항시는 포스코홀딩스가 서울에 있으면 향후 철강사업에 대한 재투자를 줄이고 신사업 투자에 집중해 시설이 노후화되고 일자리가 줄어들 뿐 아니라 주요 시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포스코는 "불필요한 오해가 생겨 답답하다"며 "포항의 철강산업을 위한 투자와 지원은 변함없이 이뤄질 것"(중앙일보, 2.14)이라고 강조하지만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서울에 핵심 두뇌 격인 지주회사가 있는 만큼 포항의 걱정은 커져만 갑니다.
포스코 지주회사 서울 본사 논란에서 지방이 처한 현실의 단면을 엿봅니다. 포항시의 반발을 "지역 이기주의"라며 "막무가내식 요구로 글로벌 기업 포스코 멍"(파이낸셜뉴스, 2.16)들게 한다고 비난하는 매체도 있지만 거의 모든 대기업 본사가 있어 어느 하나가 빠져도 큰 타격이 없는 서울과 달리 오직 하나뿐인 그대만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 지방으로서는 생존이 달린 절박한 문제입니다.
지역 소멸의 문제는 출산율이 아닌 사회적 감소 때문이며 핵심은 산업 기반이라고 지적한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를 앞서 소개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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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현실 적나라하게 보여준, '포스코 인 서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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