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오구 팀프로젝트 발표 자료'오리와 구름이 돌보기'를 줄여 '오구오구'라는 팀명을 붙였다.
꿈틀리인생학교
밤비와 달리는 꿈틀리를 가기 전부터 잘 알던 사이였기에 겨울방학 때부터 입학하면 어떤 일들을 하고싶은 지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신나게 나눴다. 마침 달리는 유튜브에서 노란 오리를 목욕시키는 영상을 보고는 오리 알을 데려와서 키워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고, 조류공포증이 있던 밤비는 달리의 '개인프로젝트'로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꿈틀리에서 오리를 키워보겠다는 건 어쩌면 가볍게 했던 말이었고 어쩌면 꽤 진지했던 계획이었다.
봄에 꿈틀리에 입학해 구름이와 댕댕이(학교 마스코트 강아지와 고양이)를 만났고, 아보쌤의 따뜻한 마음에 우리의 원대한 계획을 더하자 털 있는 친구들을 돌볼 일들이 하나 둘 늘었다. 둘이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기 위해 결국 '팀프로젝트 오구오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여기서 팀프로젝트는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들을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과 계획, 공부, 활동하는 꿈틀리의 수업 중 하나이다. 우리처럼 장난삼아 생각했던 일들을 실현해볼 수도 있고, 관심이 있지만 막연했던 일들을 배우거나 서로 가르쳐주며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볼 수도 있다. 한 주제에 대해 관심있는 여럿이 모여 의견을 나누다보면 확실히 생기있고 즐거운 일들을 계획해볼 수 있다.
오리들이 꿈틀리에 오기까지
처음 달리의 계획은 오리알을 부화 시켜서 달리를 엄마로 인식하는, 그를 따라다니는 오리무리를 만드는 것이었지만 현실적인 오구오구 사람들과 오랜 회의를 거쳐 강화 오일장에서 아기오리 세 마리를 입양해오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오리를 데려오기 전까지 생각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아서 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해결했는데 그 중 하나였던 '졸업 후 오리를 책임질 사람'에 대한 계획은 매번 회의해도 매번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다.) 꿈틀리 2기의 호두가 개인프로젝트로 만들었던 닭장을 3월부터 보수한 후 5월, 강화 장터에서 데려온 아기 오리 세 마리를 풀어놓는 것으로 오구오구의 오리 키우기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작은 학교의 작은 아기 오리 세 마리는 아침 운동을 하러 운동장으로 나가거나, 분리수거를 하러 나오거나, 밥을 먹으러 가는 4기들에게 자주 존재감을 빛냈는데, 솜털로 뒤덮인 생명체들이 소록소록 모여 자는 모습을 애정 어린 눈길들로 한참 바라봤던 친구들의 모습이 기억 난다. 오리들을 데려온 날 유쾌한 회의 끝에 각각 찰스, 엘리자베스, 가브리엘라라는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