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 놓인 고졸 노동자들... 차별 없어야"

"다쳐도 산재보험 적용 안되는 열악한 현실"... 16일 청년노동자들 모여 대선요구 토론회

등록 2022.02.17 14:42수정 2022.02.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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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선이 막판으로 흐르고 있는가운데, 청년노동자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사항을 논의하는 토론회 가져 청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6일 저녁 7시부터 민주노총 주최로 서울의 한 문화공간 '공존'에서 청년노동자 대선요구 토론회가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배달 라이더, 간호조무사 실습준비생, AI플랫폼 청년노동자, 고졸 청년노동자 등 다양한 청년노동자들이 자신의 현실을 외치며 대선후보들에게 바라는 점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행사였다.
 
청년노동자 대선 요구 토론회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청년노동자 대선 요구 토론회 장면
청년노동자 대선 요구 토론회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청년노동자 대선 요구 토론회 장면고창남
 
토론회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이서영 조직부장의 사회로 시작되었는데, 금속노조 김우식 노동연구원의 민주노총 청년 노동자 대선 요구안에 대한 발제에 이어 각분야 청년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대선후보들에게 바라는 사항 발제, 자유토론 등 순서로 진행되었다.

먼저 발제에 나선 김우식 노동연구원은 청년 노동자 대선 요구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각당 대선후보들의 공약에서 노동분야 공약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했고, 심지어 어떤 후보는 "청년노동분야 공약이 아예 없다"라고 질타했다. 이어서 발제 내용에 들어가서 그는 노동분야, 주거분야, 산업안전 분야, 평등 분야, 지방소멸 분야 등 5개 분야에서 크게는 9가지, 작게는 23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노동·주거·성평등 등 23개 사항 제안

첫째로, 노동분야에서 '작은 사업장까지 노동법 준수와 비정규직 제한'을 요구했는데, 세부사항으로는 5인만사업장 근로기준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휴일법 등 적용 확대, 근로기준법 준수와 임금체불 억제를 위해 법 위반시 사용자에 대한 제재 강화 및 피해자 권리구제 확대, 체불임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대지급금(체당금) 지급요건 완화 및 신속 처리를 위한 제도개선 및 전담기구 설치, 비정규직 제한을 요구했다.

다음으로, 국가보장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구직자·재직자·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제공 및 직업훈련과 숙련형성 지원, 기초부터 전문적인 교육훈련까지 국가의 지원, 모든 일하는 사람의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시행, 산업재해 보상과정을 빠르게 처리하도록 관련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둘째로, 주거분야에서 불법투기 근절과 주거 공공성 강화를 위해, 부동산 개발·공급 과정에서의 투명성 강화, 주거 공공성 강화를 위해 양질의 공공 임대주택 공급확대, 주택 건설 시 최소한의 주거 기준 마련 등을 요구했다.


셋째로, 산업안전 분야에서 우선 산업안전법의 범위 확대와 처벌 강화를  요구했고, 세부사항으로는 서비스직·플랫폼노동자·배달노동자 등 다양한 직군에 대한 구체적 안전보건규칙 정립, 위험작업장 2인1조 원칙 민간분야 및 방문서비스노동자 까지 확대 규정된 안전보건규칙을 지키지 않을 시 처벌 강화를 요구했다.

또한 정신장해와 업무상 스트레스와 관련하여,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장해에 관한 추정규정 도입, 직장 내 성희롱 처리에 관한 논스톱 시스템 도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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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  발제하는 김우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김우식 발제하는 김우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고창남
 
산재처리 및 응급의료시스템과 관련해서는, 5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도 예방조치로서 관리감독을 진행하되 고용노동부 관리감독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고 엄격한 관리감독 실시, 해당기업 본사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을 수 있도록 원청 책임 강화 및 산재피해자를 위한 응급의료 시스템 강화를 요구했다.


넷째로, 평등분야에서는 먼저 포괄적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을 요구했고, 성평등 노동가치 실현을 위하여 성별 임금격차 근절을 위한 성평등 임금공시제 시행을 요구했는데, 특히,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까지 성평등 공시제를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폭 넓은 출산·육아휴직 지원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촉구했다.

다섯째로, 지방소멸 분야에서는 중소도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소도시 중심의 양질의 일자리 확충 및 지역 청년의 일자리 보장, 제조업, 관광산업, 금융 등 지역상황에 맞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청년 유입 확대, 청년 수요의 지역 인프라 조성을 통한 살고 싶은 지방 개발, 지역거주 중소기업 및 농어업 종사 저소득 청년노동자 대상 지역화폐 지급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또한 농어촌마을단위 청년정착을 위해 농민수당, 청년농민 주거지원정책, 직거래시장 활성화, 기술지원을 통한 직업정착지원 등 청년의 농어촌 정착을 위한 충분한 생계와 주거, 경제적 자립 보장 등을 요구했고, 뿐만 아니라, 청년 농민 커뮤니티 활성화, 노동·주거·마을경제 결합형 청년정착지원 등 농어촌정착 청년들의 지역관계설정을 위한 정책마련을 촉구했다. 그리고 산업 폐기물, 반생태적 관광시설 등 도시적 관점의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지역맞춤형 인구보전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외에도 소멸위기 지역의 공공인프라 구축을 위해 세부적으로, 공공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최소한의 삶의 질 조차 위협받는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공공의료, 공공교통, 공공교육 인프라 확충 등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선거철에만 반짝하고 아무런 지속가능성 없는 정치적 국토개발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서 각분야 청년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대선후보들에게 바라는 사항에 대한 발제 및 자유토론 등이 진행되었는데, 공공기관 고졸 청년노동자 이남호씨는 "특성화고에 어렵게 입학했더니 현장과 거리 있는 과목에 4차산업혁명과 동떨어진 직업교육을 받는다"며 "극한의 경쟁률 속에서 겨우 취업하면 근로기준법 밖 사각지대에서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실습하다가 사고가 나거나 버티지 못해 학교로 돌아가면 학생에게만 불이익이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 안 쓰고, 실습땐 무임금... "다쳐도 산재보험 적용도 안돼"

그는 또한 "똑같은 업무를 해도 고졸이라는 이유로 성과급을 적게 받거나 이마저도 못받아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낀다는 친구들을 보며 우리의 입장이 1990년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영화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선후보들은 차별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나섰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으로 AI(인공지능) 플랫폼 노동을 경험한 대학생 최한울씨는 "사측과 계약할 때 근로계약서가 아닌 특수한 형태의 계약서를 쓴다. 그 내용에는 급여기준이나 상호간 유의사항 정도가 담겨 있다"며 "기준 작업시간이 최저임금 정도로 맞춰져 있는데, 배정되는 작업물의 난도가 높을 경우 기준시간보다 오래 걸린다. 따라서 실제 근무시간에 대한 급여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김종민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 김종민 기획정책국장
김종민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 김종민 기획정책국장 고창남
 
이어서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 김종민 기획정책국장이 "배달노동은 일자리의 위험도는 있으나, 위험함에도 상대적으로 시간당 임금이 높다. 이에 많은 청년들이 배달노동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하면서, 이런 청년 라이더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는 배달노동자의 지위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정부의 배달공제조합 설립을 지원하며, 적정배달건수와 적정배달료를 보장하는 안전배달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간호조무사 실습 준비생 임OO씨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 꼭 나가야 하는 780시간(5개월) 병원 실습기간은 무임금으로 일한다"면서 "게다가 병원은 실습생을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지 않는다. 호칭을 '학생' 혹은 '야'라고 부르기 일쑤인데다, 업무를 지시할 때도 '~해라', '~해' 등과 같은 명령조가 태반이다. 실습생 신분이라 다쳐도 산재보험 적용도 안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참는 게 답이라며 실습을 나가는 실습생들에게도 노동자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며 "실습생들의 열악한 현실을 국가가 책임지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참가자들은 각당의 대선 후보들이 구체적으로 청년들이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어떤 위치에서 청년들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정책이 없다고 질타하면서, "토론에서 논의된 요구안들이 각당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되어 각당의 공약이나 정책에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노동자 #대선 #요구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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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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