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깃든 가마솥입니다. 우린 가끔 아궁이에 군불을 때서 가마솥을 이용하여 음식을 해먹습니다.
전갑남
아내 말을 듣고 있자니 나도 예전 어머니가 가마솥에 밥 지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어머니는 쌀을 안친 솥에 물을 붓고 손등에 물이 잘방잘방 닿을 정도로 부었던 같아요. 누나들은 맨날 가르쳐 줘도 밥을 잘못 지어 자주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가마솥 밥물 조절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밥물 양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을 지피는 요령도 중요했습니다. 솥에서 김이 푹푹 나고, 옆구리에서 눈물이 쏟아질 때 그만 불을 지피고 잔불로 뜸을 들여야 했어요. 뜸이 잘못 들이면 밑은 타고 위는 설익는 삼층밥이 되니까요.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순수했던 삶의 옛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올 농사지을 요량으로 주문한 퇴비가 마당에 들어와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내가 날 부릅니다.
"당신, 어디 있어? 어서 와! 가마솥 누룽지 맛이 그만이네!"
아내는 어느새 밥을 퍼 놓고 솥 바닥을 주걱으로 누룽지를 살살 띄워냅니다. 내게 누룽지 한입을 건넵니다.
"옛날 맛이 나요?"
"으음. 고소하고 아주 맛있네!"
오랜만에 맛보는 누룽지 맛이 색다릅니다. 입에서 빠삭빠삭 소리가 나며 씹힙니다.
"당신, 이 누룽지를 뭐라 불렀는지 생각나?"
"그걸 모를까 봐! 깜밥이라 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