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에 출연한 대선 후보들.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홍진경이 잘못했네."
"자막 처리와 사후 편집 덕에 그나마 저 정도 아니었을까요?"
방송인 홍진경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공부왕 찐천재>의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 편을 시청한 아이들이 앞다퉈 내놓은 반응이다. 지난해 "저토록 무식해도 검찰총장에 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관련 기사 :
"저토록 무식해도 검찰총장 오를 수 있다는 게 신기" http://omn.kr/1vnlz)고 혀를 내둘렀던 아이들은 냉소적이 반응을 쏟아냈다.
촬영 후 편집 과정에서 대개 흠결이나 분란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은 가려지고 장점이 부각되기 마련인데, 다시 또 구설에 휘말리는 게 황당하다고 했다. 그들이 애꿎은 유튜브 운영자를 탓한 것도 그래서다.
윤석열 발언, 아이들은 놀라워하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윤 후보가 고등학교 교육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기술고와 예술고, 과학고로 나눠야 한다는 발언에만 주목했지만, 아이들은 그다지 놀라워하지 않았다. 초등학생도 아는 구인, 구직 앱을 미래 기술로 소개할 정도로 세상 물정을 모르는 분인데, 뭘 더 기대하느냐는 거다.
아이들은 그가 참담한 우리 공교육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커녕 고민조차 해보지 않은 것 같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학교에서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게 해법인 양 말하는 그의 '진지한' 표정이 더 어이없다고 했다. 현행 교육과정도 모르는데 무슨 대안 타령이냐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한 아이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의 한계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거쳐 검찰총장에 이른 뒤 이제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넘보고 있는 그에게 우리 공교육이 처한 현실이 몸에 와닿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하긴 오로지 검사가 되기 위해 '외길'을 걸어온 그의 이력은 애초 '고등학교 다양화'와는 사뭇 동떨어져 있다. 한 아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승자독식의 사회 구조 속에서 '꿀을 빤' 그가 자신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공부를 하라는 건 '사다리 걷어차기' 심보다. 적어도 자신에겐 사법고시가 특성에 맞는 공부였다는 뜻일까.
수직적 고교 서열화로 귀결된 다양화 정책
사실 '고등학교 다양화'는 그가 속한 정당의 뿌리 격인 민자당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한 1995년 '5.31 교육 개혁'이 원조 격이다. 당시 다양화, 특성화, 자율화라는 기치 아래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세분화시켰다. 이는 이후 보수 정권 교육 정책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다.
자사고와 마이스터고 도입을 골자로 한 이명박 정권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학교 교육 만족도를 높이고,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겠다는 취지로 전격 시행됐다. 이후 고등학교 체제는 국제고,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일반고 등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해졌다'.
보수 정권이 주도해온 '고등학교 다양화' 정책이 '수직적 고교 서열화'로 귀결되었음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고를 나와 로스쿨에 진학하고, 외국어고 출신 의대생이 적지 않았다. 또래들끼리 특성화고를 '소년원'으로 놀려대던 시절이었다.
아무리 고등학교를 다양화시킨다고 해도 대학 입시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는 걸 그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자신의 특성에 맞게 공부하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게 공교육의 공정"이라고 지적하는 건 가당찮다.
더욱 황당한 건, 다양한 교육을 그토록 강조하면서도 정시의 비율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수능 위주의 대입 전형이 고등학교 교육을 기출 문제 풀이 중심으로 획일화시키게 될 건 불 보듯 환하다. 획일화한 교육을 혁파하는 것이 공교육의 공정이라고 해놓고선, 입시 공정성을 위해 수능 위주의 전형이 바람직하다는 건 이율배반적 행태다.
당최 앞뒤가 안 맞는 그의 발언들은 그가 교육 현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게 없다는 방증이다. 방송 내내 다양성, 공정, 자존감, 국격 등 온갖 좋은 의미의 단어를 늘어놓았지만, 아이들조차 횡설수설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아이들의 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