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보가 있었던 자리에는 집들이 들어섰다.
이승숙
주택지를 지나 높다란 언덕에 오르면 범 바위가 있다. <강화부지>에서 말했던 그 '인화석진'이다. 바다를 응시하며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범이다. 크고 검은 범 한 마리가 금방이라도 튀어오를 것 같다.
눈에 불을 켜고 이 바다를 지켜줬던 범 바위다. 사람이 살기 이전부터 바위는 그 자리에서 묵묵히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역사 이후에도 범 바위는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 그러나 탐욕의 손길이 지금 범 바위를 갉아먹고 있는 것 같다. 범 바위 바짝 아래까지 산을 깎아 집을 지었다.
세세년년 그 자리에서 우리 땅, 우리 바다를 지켜주었던 범 바위였다. 교동도로 가던 연산군과 광해군의 눈물도 보았을 바위다. 340여 년 전, 인화보며 인화돈대를 축조하던 선인들의 피와 땀 역시 지켜봤던 범 바위다.
전쟁이 나서 총알이 날아가던 것도 바위는 지켜봤다. 그 후 70년, 배 한 척 다니지 않는 바다를 범 바위는 묵묵히 응시한다. 바닷가에 가시 철망을 치고 사람 하나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놓은 것도 범 바위는 지켜봤다.
범 바위 앞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 봤다. 둥실 다리가 떠 있다. 2014년에 개통한 교동대교다. 이제 인화나루에는 배 대신 차들이 다리 위를 달린다. 인화석진 범 바위는 오늘도 묵묵히 바다를 지켜보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공유하기
눈에 불 켠 호랑이가 지켜주는 강화도 '인화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