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인혁당 사건정보기관에 의해 조작된 1965년 인혁당 사건 재판 모습.
이영천(역사관 촬영)
사제단이 당일(4월 9일) 발표한 〈인혁당 피고인들의 사형집행을 보고〉전문이다.
대법원에서 원심 그대로의 확정 판결이 있은 다음 날 8명의 인혁당 관계 인사가 사형집행된 사실은 우리들 성직자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울부짖는 가족들을 볼 때 우리들 성직자들은 어떻게 위로해야 될지 그 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지할 곳 없는 가족들은 언제나 우리들 성직자들을 찾아와 하소연했다. 김수환 추기경과 많은 지성인들이 그들의 공개재판 호소에 서명한 바 있다. 그들의 소원이라는 것은 죄가 있으면 달게 받겠으니 제발 공개재판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인혁당 사건은 담당 변호사 자신이 재판기록이 사실과 다르게 기록되어 있음을 확인했을 정도로 많은 의혹을 가졌던 사건이다. 그 의혹이 여전히 불식되지 않은 채 이들 8명에 대한 사형이 이와 같이 빨리 집행된 것에 대하여 우리는 납득할 수 없다.
인간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뿐이시며 인간의 존엄성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 생명과 인권유린은 하느님과 인간들에 대하여 저지르는 중대한 범죄다. 어느날 연행된 뒤 군법회의 재판정에서 한두 번 눈길만을 서로 주고받았던 가족들이 단 한번의 면회도 허락 안된 비인도적 처사로 지낸지 1년. 1년 만에 관에 누운 싸늘한 시체로 남편과 아들을 맞이해야 하는 그 비통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