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경주답게 보이게 해주는 대릉원.
경북매일 자료사진
이탈리아 로마에 가서 콜로세움만 보고 오는 사람이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 로마에 갔다면 콜로세움과 함께 도시에 즐비하게 들어선 수많은 고대 유적을 보고, 이탈리아 전통가요인 칸초네가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얇고 담백한 피자 한 판은 맛보게 된다. 어떤 관광객이건.
프랑스 파리에 간다면 어떨까? 딱 에펠탑만 보고 파리를 떠나는 여행자가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게 분명하다. 센강에서 유람선도 타보고, 프랑스 포도주도 한 병 마시고, 밤에는 물랑 루즈에 가서 화려한 쇼도 보게 된다. 그게 새로운 도시를 발견하는 즐거움이다.
경주도 마찬가지다. 단 하나의 유적이나 유물과 만나기 위해 긴 시간 자가용이나 버스, 기차를 타고 경주에 가는 이들은 드물다. 그 사람이 특정한 유물이나 유적 한 가지만을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라면. 동궁과 월지는 빼놓을 수 없는 경주 여행의 보물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곳만을 하루 종일 돌아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러기엔 동궁과 월지 주변에 너무나 많은 천년왕국 신라의 '다른 보물들'이 흩어져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걸어서 30분 안팎이면 갈 수 있는 곳에 있으니 크게 힘을 들일 필요도, 번거로울 것도 없다.
동궁과 월지 지척엔 또 다른 경주 관광 랜드마크가...
흥미로운 관광지로서 동궁과 월지의 위상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수원대학교 양정석 교수는 '세계유산으로서 동궁과 월지의 가치와 보존'에서 이렇게 쓴다.
"사적 제18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경주 동궁과 월지는 경상북도 경주시 인왕동 26번지에 위치한다. 이 유적은 사적으로 지정된 1963년부터 2011년 명칭이 변경되기 전까지는 경주 임해전지로 불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경주 임해전지나 동궁과 월지보다는 안압지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고 있다. 이미 임해전지라는 명칭으로 사적 지정이 되었지만, 발굴조사 당시에도 그리고 보고서가 나온 후에도 그 명칭은 안압지였다. 이렇게 안압지로 잘 알려져 있던 경주 동궁과 월지는 현재 경주 역사문화관광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양 교수의 표현처럼 동궁과 월지는 떠오르는 21세기 경주 관광의 랜드마크다. 낮과 밤이 모두 흥미롭고 아름답다. 이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동궁과 월지 한 곳만을 방문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왜냐? 주위에 '또 다른 경주 역사문화관광의 랜드마크'가 여럿 있기 때문.
지난 6년 동안 취재를 위해 경주를 100여 차례 찾았다. 그 경험을 토대로 신라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품고 있는 동궁과 월지 주변 관광지 몇 곳을 소개하려 한다. 더불어 젊은 여행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경주의 핫 플레이스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덮치기 전엔 적지 않은 유럽 사람들을 경주에서 볼 수 있었다. 2017년 초여름이다. 20대 초반의 독일 대학생 둘을 만났다. 자기들 상식의 영역에선 '작은 산'처럼 보이는 능(陵·왕의 무덤)이 줄줄이 늘어선 생소한 풍경에 크게 뜬 눈으로 입을 벌리고 서 있는 그들에게 물었다.
"어때요? 놀랍죠?"
"네. 근데 저게 정말 무덤 맞나요?"
멀고 먼 유럽에서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온 독일 학생 둘을 깜짝 놀라게 한 경주의 유적지는 다름 아닌 대릉원이었다. 동궁과 월지에서 천천히 걸어도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곳에 자리한 신라의 또 다른 보물. '나무위키'는 대릉원을 이렇게 설명한다.
"경주시 황남동에 있는 옛 신라의 왕, 왕비, 귀족층의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고분 밀집 지역. 사적 제512호다. 대릉원이란 이름의 기원은 <삼국사기>에 기록된 '미추 이사금을 대릉에 장사지냈다'는 부분에서 따와 지었다. 대릉원이라고 하면 좁게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황남동 고분군 쪽을, 넓게는 바깥쪽의 노서동, 노동동 고분군 등을 포함한다.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데다 경주 시가지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천마총처럼 신라 왕릉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고분도 있기에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거의 필수로 찾는 곳 중 하나다."
대릉원이 매혹적인 건 거대한 왕들의 무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이 아니다. 능의 앞뒤로는 철마다 다른 꽃들이 피어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대릉원을 둘러싼 돌담길은 연인들의 낭만적인 산책 코스로도 그저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