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택소노미’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신문 지면 보도건수(2021/2/3~2022/2/3)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방송 모두 토론 이후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RE100'과 '택소노미'의 생소함만 강조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상 갑론을박만 전했을 뿐, RE100과 택소노미가 우리 삶이나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본질에는 집중하지 않았는데요. 언론에게 RE100과 택소노미는 그렇게 생소한 개념이었을까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1년 2월 3일부터 1차 TV토론이 열린 2022년 2월 3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 및 2개 경제일간지와 지상파3사 및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에서 'RE100'과 '택소노미'가 등장한 기사를 살펴봤습니다. 방송은 관련 보도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신문에서는 관련 보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경제 이슈를 주로 다루는 <매일경제><한국경제>와 같은 경제일간지에서는 100건이 넘는 보도건수를 보이며 활발하게 보도했습니다.
6개 종합일간지 중에서는 <조선일보> 보도건수가 53건으로 가장 많았는데요. <조선일보>는 얼마 전에도 "원전은 환경보전에 유리"하다는 한국수력원자력 주장을 근거로 환경부가 발표할 K택소노미에 원자력이 포함돼야 한다며 탈원전정책 비판 기사를 실은 바 있습니다(민언련 보고서 "조선일보의 무한 원전사랑, '원전은 무공해 청정에너지' 주장까지").
용어 생소함 부각보다 기후변화 대응책 본질 짚어야
RE100과 택소노미의 생소함을 강조하며 대선후보 간 유불리를 따진 기사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한국일보> "지평선/'RE100'이 뭐길래"(2월 5일 송용창 논설위원)는 "기후위기는 이상 고온과 대규모 화재, 한파 등이 속출하는 지역에선 현존하는 위협"이고 "기후위기 대응이 유럽과 미국 등에선 좌우를 가르는 정치적 쟁점이라는 점에서 다음 토론에서는 용어를 배우는 단계를 넘어 입장을 갖고 논쟁하기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경향신문> "여적/RE100과 택소노미"(2월 5일 윤호우 논설위원)는 "일반 시민은 몰라도 되지만 대선 후보라면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국가의 안전과 미래에 관련된 안보‧경제‧글로벌 핵심 이슈"이고 "토론은 대선 후보가 이런 중요 이슈에 대해 어떤 판단력을 갖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평가했습니다.
더불어 <경향신문> "아침을 열며/윤석열의 '돈 룩 업'"(2월 7일 박병률 경제부장)은 "RE100, 그린 택소노미, 블루수소는 맞춰도 못 맞춰도 그만인 장학퀴즈 문제가 아니"라며 "차기 정권이 철학을 갖고 세심하게 대응해야 할 국가산업전략"이라고 평하며 본질에서 벗어나 용어의 생소함과 온라인커뮤니티 반응만 강조하는 언론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한국기자협회‧JTBC 편향 주장하며 토론 무산시킨 국민의힘
우여곡절 끝에 오는 11일 개최되는 2차 토론은 지난 1차 TV토론 관련 논란과 마찬가지로 성사되는 듯하다 무산되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5일 실무협상에서 나선 국민의힘 황상무 선거대책본부 언론기획단장은 6일 페이스북에 "어제(5일) 협상은 제가 결렬시키고 나왔습니다", "왜냐면, 주최 측인 기자협회가 심하게 좌편향돼 있고, 방송사는 종편 중 역시 가장 좌편향된 JTBC였기 때문"이라며 한국기자협회와 JTBC 편향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가, 돌연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대선후보 추천 토론회 실무협상 결렬에 대한 입장문"(2월 6일)을 내고 토론 무산 책임이 국민의힘에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3당도 토론 무산 책임이 국민의힘에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토론 기피와 책임 논란, 후보 건강 염려 등 역풍을 우려한 국민의힘이 역제안하면서 2차 토론은 11일 밤 8시에 한국기자협회‧종편4사‧보도전문채널2사 공동주최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한편, 2월 7일 한국기자협회 JTBC지회는 한국기자협회와 JTBC 좌편향을 주장한 황상무 단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사과와 거취 결정을 촉구했으며, 한국기자협회도 황 단장 발언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사과 및 재발방지를 요구했습니다. 황 단장은 실무협상에서의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입장을 내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습니다.
1차 토론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그 중요성을 체감하면서 2차 토론 무산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국민의힘에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사는 책임을 따져 묻기는커녕 보도하지 않거나 책임을 엉뚱한 곳에 돌렸습니다. 2월 6일 지상파3사 및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와 2월 7일 6개 종합일간지 및 2개 경제일간지 등 15개 언론사 중 8일 2차 TV토론 무산을 언급하지 않은 곳은 TV조선과 채널A,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