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부자집의 창고최부자집은 다른 지주와 다르게 소작의 비율을 절반으로 지정해서 많은 소작인들의 근로의욕을 증대시켰다. 그 결과 생산량이 2배 이상 오르며 결과적으로 최부자집의 부가 늘어났다.
운민
- 최부자집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독립운동 관련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2대 최준 선생 대에 이르러 가문의 전 재산을 털어 독립운동을 활발하게 펼치시고, 광복 후 교육활동을 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11대이신 최현식 선생님부터 봐야 합니다. 대한제국 시절 진사를 지내셨는데 나라가 기울던 시절 국채보상운동 등 적극적인 계몽운동을 펼치셨습니다. 사실 국채보상운동하면 대구가 유명한데 경주 지역이 다는 어느 지역보다 활발한 운동을 펼쳤습니다. 일찍이 아들이신 최준 선생에게 20대 초반부터 재산관리를 맡기고, 사실상 집안의 경영을 맡기죠.
나라를 뺏긴 경술국치 당시 최혜식 선생은 문을 닫고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임시정부를 만들 당시 국권회복단, 대한광복회에도 참여했고요. 최준 선생의 동생이신 최완 선생은 대한광복회 재무부장을 지냈습니다. 독립운동가인 박상진 선생도 사촌입니다. 박상진 선생이 한창 활동할 당시 자금을 여러 방면에서 융통했었고, 당시 최부자가 대구은행의 대주주였기에 대출 한도를 높일 때 보증도 서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임시정부를 만들 당시 많은 자금을 들고 최완 선생이 상해에 갔습니다. 당시 임시정부의 1년 예산의 3분의 1 정도 되는 규모였습니다. 나중에는 조선 최고 자본 회사인 백산무역 주식회사를 설립해 독립운동의 자금들을 다방면에서 지원했습니다."
- 최준 선생 이후 최부자집의 근황은 어떻게 되는 거죠?
"최준 선생이 독립운동의 자금을 지원하다 보니 재산이 점점 줄기 시작합니다. 재산 대출을 일본은행에서 했는데 다행히 해방이 되어 재산의 30프로가 돌아옵니다. 최준 선생은 지금 우리 민족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생각해 학교를 설립하기로 결심합니다.
경북대학기성회를 만들어 유지들이 참여했고, 많은 유지들이 모여 지금의 영남대를 설립했죠. 회장은 최부자였고, 학장, 이사장을 겸해 18년 동안 학교를 경영합니다. 그 밖에도 계림 대학을 설립해서 운영했으니 경주에 있는 집과 더불어 전 재산을 학교를 설립하는 데 바쳤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삼성 이병철의 회장의 제안으로 운영권을 넘겼는데 1966년 삼성이 소유하고 있던 한국비료에서 사카린 밀수 사건이 터집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서, 당시 대구대(현 영남대)가 권력자 박정희 측으로 넘어가게 되는 거죠. 현재 최부자집은 영남대가 소유하고 있고, 집안의 관리와 사용 등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최부자집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 요즘 자체적으로 유튜브 채널도 개설하시고 대외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부에서도 관심이 워낙 크고, 경주시에도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이제는 후손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집안이 가진 자료나 철학들이 현대사회에도 큰 교훈이 되고 있죠. 견학 온 아이들에게 물어보며 부자에 대한 인식이 나쁘더라고요. 그런 부자의 인식을 바꿔야 하고, 흔히 최부자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격이라 하지만 사실 서양의 귀족들은 태어날 때부터 귀족이고, 부를 얻는 과정이 깨끗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와 반대로 최부자집은 스스로 개간했고, 이양법을 통해서 기술혁신을 했기 때문에 부를 쌓았습니다. 게다가 덕이 있었기에 부자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지혜들을 현대 사회에서도 적극 알렸으면 해서 아카데미를 통해 교육도 하고, 유튜브를 통해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문헌 자료들과 유물을 알리고 싶습니다."
2시간 동안의 인터뷰를 통해 부자, 독립운동 등의 단편적인 이미지로 알고 있던 최부자집의 이야기가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손에 잡힐 듯하다. 조선시대부터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최부자집의 역사인 만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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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팟케스트 <여기저기거기>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obs라디오<굿모닝obs>고정출연, 경기별곡 시리즈 3권, 인조이홍콩의 저자입니다.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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