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박물관 앞에 있는 <용의맥> 날은 차가왔지만 저 곳은 양지바른 곳이라 햇볕이 따뜻헸다.
오창환
이화여대 정문에 들어서서 왼편으로 꺾어지면 이화여대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앞의 붉은 조각이 <용의 맥>(Dragon Wall)이다. 'Dragon Wall'을 직역하면 용 벽 혹은 용 담이 되어야 하는데, 용의 맥은 지나친 의역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의 작가는 알렉산더 리버만(Alexander Liberman).
알렉산더 리버만은 1912년 러시아 키에프에서 태어나 21살 때 런던으로 가서 런던과 파리에서 공부하고, 파리에서 잡지 편집자로 일을 시작한다. 1941년 뉴욕으로 이주한 리버만은 유명 패션 잡지 보그에서 일하게 되는데, 43년에 아트 디렉터가 된다. 그는 은퇴할 때까지 편집자로 또 아트 디렉터로 가히 보그의 영광을 이끈 주역이었다.
편집자로 일하면서 샤갈, 달리, 잭슨 폴락 등 유명한 작가들과 협업을 많이 하였는데, 그 자신 또한 1950년대 중반부터 그림과 사진 전시를 시작했다. 50년대 말 철 조각을 공부한 후로 대형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 세계 40여개 도시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는 1999년에 작고했다.
그의 1986년 인터뷰를 보면, '나는 많은 예술 작품이 비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비명들에 공감한다'라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혁명 후 소비에트 정부에서 일했는데 자신이 정치적 곤경에 처하자, 레닌에게 허가를 받아, 그의 아들을 런던으로 보낼 수 있었다.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 서구 세계에서 학습과 커리어를 쌓아간 리버만의 소회가 담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