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 진술녹화 증거능력 폐기처분한 헌법재판소 규탄 기자회견’이 2021년 12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민변, 한국여성의전화,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권우성
2013년 합헌결정 당시 반대의견은 2021년 위헌결정 다수의견에 '복붙'되었다. "영상녹화물의 진정성립을 피해자 아닌 신뢰관계인이 할 수 있고 피해자 소환은 필수가 아닌 재판부의 재량 판단이 되기에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었다고 볼 수 없고, 증거보전제도나 비디오 중계장치에 의한 피해자 증인신문을 통해 피해자를 보호할 방법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형해화하는 제도로서 위헌"이라는 것이다.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아동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은 침해되어 왔는가. 십년간 피해자 지원만을 해온 내가 경험한 실무는 전혀 아니었다. 피해자의 진술이 담긴 영상녹화물이 버젓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되어 있어도, 피고인측이 피해자를 법정에 증인으로 부르자고 증인신청을 한 경우, '진술영상이 있으니 아이는 부르지 맙시다'하며 그 신청을 기각하는 판사는 한 번도 못 보았다. 피해자가 외국에 있어도, 출산을 했어도,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집 밖으로 한 발도 못 나오는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피해자는 기어이 법정에 불려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도입되었던 취지는, 영상녹화를 통해 진술함으로써 미성년 성폭력피해자가 피해 경험을 반복적으로 진술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법정진술과 반대신문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한줌도 안 되는 반대신문권 침해 사례를 들며 아동 발달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을 이유로 도입된 중요한 제도를 없애 버렸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꼴이다.
성폭력 피해자는 수치심과 자기비난, 죄책감을 가지고 법정에 증인으로 선다. 사건을 신고하는 데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는데 법정에 나와서도 울며 눈치보며 고통스러운 그 사건을 다시 진술한다. 사실은 네 탓이 아니냐고, 너만 조심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 아니냐고 묻는 칼날 선 반대신문 앞에서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답변해야 한다. 과연 이 과정을 잘 견뎌낼 수 있는 성폭력범죄 피해 아동은 얼마나 있을까.
다시 원점이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국제기준을 제시한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는 이러한 아동권리협약의 정신에 따라 아동 범죄 피해자와 증인 관련 문제에 대한 사법지침(ECOSOC Resolution 2005/20)을 마련했다.
29. 전문가들은 아동 피해자 및 증인의 최선의 이익과 존엄이 존중될 수 있도록 수사, 조사 및 기소 절차 과정에서 고통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31. 전문가들은 또한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시행해야 한다. (a) 심문 횟수를 제한할 것: 아동 피해자 및 증인으로부터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특별절차가 인터뷰, 증언, 심문 횟수를 줄이기 위해 시행되어야 하고, 구체적으로,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기 위해 영상녹화를 사용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3
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공유하기
헌법재판소는 대체 왜 기존 합헌 결정 뒤집었을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