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으로 대담을 진행한 법무법인 도담 김남주 변호사(아래)와 현대중공업하도급갑질피해하청업체대책위원회 한익길 대표(위)
이한솔
다음은 조선업계 하도급 갑질 피해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법무법인 도담의 김남주 대표변호사와 한익길 대표가 지난달 26일 진행한 화상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김남주 변호사(아래 김) : "현대중공업 갑질로 인해 폐업한 사업의 피해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한익길 대표(아래 한) : "제가 현대중공업에서 본 피해액수는 22억 정도로 추산이 됩니다. 지금도 이 때문에 허덕이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직원들 퇴직금을 못 준 것 등의 문제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저는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주변업체 사장 중에는 4대보험료 연체로 인해 횡령 혐의가 적용되어 실형을 사신 분도 계십니다. 피해 하도급 업체 15곳의 총 피해액은 1089억 원 가량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원래 받아야 하는 대금의 40%정도로, 피해업체들은 평균적으로 40%의 금액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업체 사장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세금이 밀려있고, 거래처에 제대로 거래대금을 주지 못하거나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해서 부채가 많습니다."
김 : "조선업계에서 하도급법 위반 행위가 일상화된 계기가 있나요?"
한 :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물동량이 줄면서 조선업계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국내 조선업계들이 해양플랜트 산업에 경쟁적으로 진출했습니다. 대형 조선사들은 설계능력 부족으로 예상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자 하도급업체에 낮은 대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손실을 줄였습니다. 즉 저가수주로 인한 원청업체의 적자 손실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한 것이죠. 하도급 업체끼리 경쟁해서 단가를 낮춘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부당하게 하도급 대금을 인하한다는 것은,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에 이익 보전이 불가할 정도로 원가 수준 또는 원가 이하의 대금을 일방적으로 통보한다는 것입니다."
김 : "대형조선사가 해양플랜트 산업을 하면서 적자가 났던 이유는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한 경험이 적어서 설계능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과 경쟁이 과열돼서 저가에 사업을 수주했다는 문제 때문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한 : "네 맞습니다. 어느 정도로 저가에 수주했냐하면 2010년 이전 해양플랜트 산업 관련 선박의 설계를 제외한 시공가보다 2010년 이후 설계를 포함한 시공가가 훨씬 낮게 책정된 정도였습니다. 비슷한 업종인 육상플랜트와 비교하더라도 작업여건이 더 어려운 해양플랜트가 40% 이상 낮은 단가를 적용하고 있는 슬픈 현실입니다."
김 : "조선업계에서 하도급 갑질 거래 관행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나요?"
한 : "원청업체와 사내협력사들은 거래대금을 공수 계약방식으로 산정합니다. 공수는 일정한 작업에 필요한 표준적인 노동시간을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대금을 산정할 때, 앞서 말씀드린 업계 자체의 단가가 낮은 문제뿐 아니라, 원청이 하도급업체의 실제 작업량에 대해서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문제도 심각합니다. 협력사의 실투입공수와 원청업체에서 인정하는 공수사이에 발행하는 차이가 생겨 하도급업체가 알고 있는 수준보다 대금이 인하되는 것입니다. 원청업체에서는 예상공수를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품셈'이라는 것에 대한 정보도 협력사에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 : "대금을 정산할 때 원청업체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는 건가요?"
한 : "물론 정산할 때 원청업체에 이의를 제기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다음달에는 잘해준다는 식으로 구슬린 게 전부입니다. 현대중공업과 거래하기 전 다른 대형 조선사와 거래했을 때는 이전 달 대금을 충분히 지급하지 못하면 그 다음달에 대금을 좀 더 주는 식으로 일시적인 손해에 대해서 보상을 해줬습니다. 그래서 현대중공업과도 믿고 거래를 지속한 건데, 결과적으로 거래를 계속하며 손실만 커졌습니다."
김 : "네. 그리고 이렇게 공수 인정이 제대로 안 되는 데에는 조선업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한 : "맞습니다. 조선업계 하도급업체는 추가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추가공사는 본공사와 달리 주로 계약체결에 앞서 하도급업체가 작업에 착수하는 '선시공 후계약' 형태로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이에 따라 계약서면이 작업 시작 후 또는 완료 후에 발급되는 경우가 많으며, 사전에 작업물량, 즉 공수에 대한 결정 없이 작업이 이루어져 협력사의 실투입공수와 원청업체가 인정하는 공수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