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차례상에 올릴 음식 보며 사위 걱정하는 친정엄마. 생선을 찜 솥단지에 넣을 때마다 병원에 있는 사위 얘기를 하셨다. '우리 김서방이 좋아하는 건디.'
박향숙
다른 때와 달리 이번 설 전날에는 시댁 대신 친정집에서 엄마를 도왔다. 남편이 좋아하는 부침전, 찜 생선과 다른 음식을 보면서 엄마가 먼저 말했다. "우리 김서방이 잘 먹는 건디. 내일 아침 병원에 갖다줄 수 있겄냐? 식혜도 좀 더 갖다가 마시라고 하고. 본인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오냐오냐 챙기겄냐. 이런 설날에 밥 한 그릇 같이 먹는 것이 큰 복 받는 거지."
남편은 매일 약속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2월까지 눈이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열심히 물리치료도 받고 눈 운동도 하면서 이겨내겠다고. 수업하랴, 중간중간 학원 차량하랴 바쁜 나에게 염치가 없다고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안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살아가는 것 그 모두가 우리가 일부러 만들어서 불행한 것은 없다고. 살아있으니 행복과 불행을 가름하는 것이라고. 내 맘 하나 다스리면 세상에는 행복한 일이 훨씬 더 많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하니 남편의 눈가에 물기가 젖어들었다.
아마도 오늘 설날은 아주 오랫동안 추억될 우리 부부의 사진이 될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더욱더 존중하고 아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화가 오히려 약이 되는 시간을 얻었구나 생각하면 특별히 억울할 것도 괴로울 것도 없다고 말해주니 남편이 내 손을 꼭 잡았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는 어느 가수의 노랫말이 화살처럼 날아와 설날 새벽을 깨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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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밥 한 그릇 같이 먹는 것이 큰 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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