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지학순 주교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이에 전국의 가톨릭 사제와 신도들이 원주 원동성당에 모여 정부규탄과 지 주교 석방을 촉구하는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주여, 이땅에 정의를!", "부정부패 뿌리뽑아 사회정의 이룩하자"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지학순정의평화기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가톨릭정의구현사제단, 가톨릭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으로 불리면서 어두운 시절 한 줄기 등불과 같이 우리사회를 비추고 이끌었다. 여기서는 '정의구현사제단' 또는 '사제단'으로 호칭키로 한다. 이 단체의 조직에 깊이 참여한 함세웅 신부의 증언이다.
지학순 주교의 구속뿐만 아니라 정의로운 학생, 지성인, 종교인들이 투옥되고 있는 현실은 교회의 적극적인 발언을 필요로 한다는데 각 교구 사제들의 의견이 일치된 것은 당연한 추세였고, 서울대교구 제3연령 사제 중심으로 논의되기 시작, 대전교구 기도회(8. 5), 인천교구 기도회(8.26), 사제단이 중심이 되어 지학순 주교의 옥중 메시지가 공개적으로 공표된 명동성당 기도회(9.11, 9.22)를 거쳐 논의가 깊어가다가, 보다 집중적인 토의를 위해 원주에서 모임을 가졌다(9. 23). 이 모임에는 300여 명의 신부가 참석하였고, 여기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라는 명칭의 사제단 결성을 합의하였다.
이 모임이 끝난 뒤에 있은 9월 24일의 원주 원동성당에서의 기도회에는 약 1천 5백여 명의 신자가 참석하였는데, 기도회가 끝난 후 1천여 명의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신자들이 가두시위에 나섰다. 이로부터 이틀 뒤에 명동성당에서 '순교찬미 기도회'를 가지게 되었는데 사제단은 이 기도회를 '조국을 위하여, 정의와 민주 회복을 위하여, 옥중에 계신 지 주교님과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이 기도회를 바친다'고 하여 사제단의 활동이나 그 기도회가 단순히 지학순 주교의 석방이라는 차원을 뛰어넘어 사회현실에 대한 통렬한 대응과 투신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