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3일 국산밀 소비 활성화 상생협력을 체결한 모습(왼쪽부터 SPC삼립 황종현 대표이사, 아이쿱생협 김정희 회장, 농림축산식품부 김종훈 차관, 국산밀산업협회 손주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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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민 위한' 농협이 되기를 기대하며
1월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개호·서삼석 의원실 주최로 열린 '국산 밀 자급률 확대를 위한 생산·소비 방안 간담회'가 열렸다. 소비자생활협동조협(아이쿱생협)과 농협경제지주, 단위농협 조합장 등의 관계자들이 논의를 함께했다.
간담회에서는 국산 밀 유통 확대 및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정부 그리고 농협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국산 밀을 활용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소비자생협 측은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국산 밀 소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줄 것을 제안했다.
간담회 과정에서 농협경제지주 측 참석자의 입에서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밀 제품을 농협하나로마트보다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 수도권 소재 빵집 등을 통해 유통'하라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들은 국산 밀 소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하면서도 농협중앙회 차원에서의 유통 확대는 제품의 품질, 물류유통, 기존 입점 기업과의 관계 등도 헤아려 봐야 한다며 에둘러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한 참석자가 국산 밀 제품의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편의점이나 수도권에 많은 빵집 등에 납품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그럼 농협은 무슨 빵을 판매하고 있을까? 농협 매장에는 모두 수입 밀로 만든 빵과 과자가 차고 넘친다. 최소한 자신의 농협 하나로 마트 매장에 우리 밀을 팔기 위해 노력한다는 시늉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힘으로 부족하니 편의점이나 빵집을 알아보라고 해야 되지 않을까?
농협이 얼마나 염치를 잃었는지, 막된 말을 하고도 자신의 잘못을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어졌다는 걸 잘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농협의 설립목적이 무엇일까? 한국 농업을 지키고 살리며, 농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농협이 우리밀 살리기에 앞장서지 못하는 걸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우리 밀을 납품하기 위해 편의점이나 빵집을 알아보라는 농협 스스로 한국 농업을 살리고, 지키는 일을 외면하고 있다.
농협의 하나로 마트 매장에 있는 수많은 수입 농산물로 만는 식품은 농협이 한국 농업과 농민을 위한 곳이 아니라, 수입 농식품을 판매하는 일반 유통업체가 되어 가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농업·농촌의 새로운 활로와 농협의 지속성장을 위한 변화와 혁신은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농협 '비전 2025 선포식'(2020)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한 말이다. 농협은 진정으로 농업·농촌의 새로운 활로에 관심이 있는 걸까?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하라는 제안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농협 자신은 모두 수입 밀 제품만 판매하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 17개 지역의 군 단위 농협에서 우리밀 베이커리(아이쿱생협)가 입점하는 사례가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기후위기 등의 상황 속에서 먹거리 안전과 식량안보를 확보하고, 농협 본래의 설립목적인 농업과 농민 보호를 위해 농협이 또 다른 제안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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