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은 사회 활동가, 비정규노동자들의 쉼터로 휴식 및 재충전, 치유, 교육과 문화 활동, 소통과 연대를 통해 시민운동을 활성화하고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목적으로 지어졌다.
유성호
신길2구역 재개발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놓인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관련기사:
용산참사 13주년, 쫓겨날 위기에 놓인 꿀잠을 구해주세요 http://omn.kr/1wzk2). 우리 '기찻길 옆 작은 학교'가 있는 곳 역시 34년째 재개발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도 재개발 찬성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가 있었지요. 그래서 누구보다 꿀잠의 위기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2017년 8월 19일 문을 연 꿀잠이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를 알기에 더 안타까웠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꿀잠은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집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품앗이를 통해 아픈 몸을 치료 받고, 밥을 나눠 먹고, 쉬고 서로를 지켰습니다. 노동자들은 부당해고와 산재로 인한 억울한 죽음과 맞서기 위해 추운 겨울, 무더운 한 여름, 폭우와 폭설이 쏟아지는 궂은날에도 거리에서 싸워야 했습니다. 때로는 허공에서 목숨 건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지요. 그나마 꿀잠이 생긴 뒤 해고 노동자들은 길이 아닌 따뜻한 방에 등을 대고 눕고, 밥을 나누고, 서로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며 서로 곁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꿀잠은 파인텍 노동자들이 목동 열병합 발전소 꼭대기에서 복직투쟁을 시작해 겨울,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을 맞이하는 동안 두 노동자의 밥을 짓는 부엌이 되었고, 그들의 긴 싸움을 돕는 동료들에게는 쉼터가 되었습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억울하게 아들을 잃은 김용균님의 어머니와 가족 그리고 동료들, 한국마사회 특수고용노동자 문중원님의 유족들 역시 꿀잠에서 그 힘겨운 시간을 버틸 수 있었지요. 제주강정에서 강정마을 지키는 이들도 서울에 올라오면 꿀잠에서 묵었습니다.
힘없는 이들을 세상과 연결해 준 곳
우리 기찻길 옆 작은 학교 식구들은 그동안 꿀잠이 해 온 일들이 무엇인지를 잘 압니다. 누구보다 '집'이 '공간'이 주는 힘을 잘 알거든요. 우리 공부방도 그런 공간입니다.
기찻길 옆 작은 학교는 인천 동구 만석동과 화수동에 사는 아동청소년의 공부방이자, 쉼터이고, 문화공간입니다. 신길동 골목에 자리 한 꿀잠이 그런 것처럼요. 작은 학교가 있는 동네에는 일용 건축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배경을 가진 노동자들이 모여 삽니다. 긴 역사를 가진 동네답게 오랫동안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품어 준 곳입니다. 신길동이 그렇듯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