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메이드 인 세운상가>의 한 장면
극단 명작옥수수밭
- 앞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림은 무엇인가?
"근현대사 시리즈인 시즌1을 마무리하고 시즌2로 넘어가고 싶다. 시즌1은 2002년 월드컵 배경까지다. 시즌2는 당대에 어떤 딜레마에 놓여있는가를 보여주고 싶다. 올 하반기에 <굿모닝 홍콩>을 준비 중이다. 몇 년전, 홍콩에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나? 그때 홍콩의 사람들이 시위를 할 때, 5·18 때의 '님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진 것에서 착안했다.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고, 5·18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한국의 20대 젊은이가 단지 홍콩에서 발매되는 에어조던이라는 운동화를 사기 위해서 거기에 갔다가 시위에 휩쓸리는 내용이다. 실제로 5·18 때는 독일 기자가 광주에서 찍지 않았나? 한국의 청년도 홍콩 시위를 찍는 작업을 한다. 그런 당대의 이야기로 넘어온다."
"역사 딜레마 속 평범한 사람들 보여주고 싶었다"
-연극은 학창 시절부터 시작했는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전공했다. 학교 내에 극작과가 있었는데 수업을 들으면서 연극으로 옮겨오게 됐다."
-맥베스, 카뮈, 칸트, 니체, 프로이트 등은 과거에 술을 먹으면 자주 등장하는 안주였다. 최 연출가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결론나지 않는 싸움을 하다보니까 지금의 작품으로 투영되는 것인가?
"대학 영향보다는 개인적인 삶의 변화 때문이다. 작가로서 10년 정도 활동해왔다. 그때는 개인의 문제와 정체성에 관심이 깊었는데, 가족분들이 돌아가시변서 그들을 생각하게 됐고, 아이도 태어났다. 아이가 나중에 세상은 뭐냐고 물으면 제 개인적인 고민 외에는 들려줄 이야기는 없더라. 그러면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고, 가장 최근에 근현대사로 이어졌다.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체(극단 명작옥수수밭)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달라.
"2005년부터 설립해서 작가로서 활동해오다가 혼자서는 만들 수는 없으니, 5년 동안 휴지기가 있었다. 2011년에 작·연출을 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극단 색깔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 작가와 배우들은 전속인가?
"작가는 전속이다. 반면에 배우들은 프리랜서도 있고, 다른 극단 소속도 많은데, 오랫동안 작업을 같이 하다보니 저의 작업을 최우선으로 선택하고, 기다려준다. 외부에서는 우리 극단의 배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렇게 유약하고 부드러운 면이 있는데, 배우들은 와일드하고 거칠다. 그래서 궁합이 잘 맞는거 같다. 저까지 강했으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웃음)."
-자료조사도 많이 한 것으로 느껴진다. 디테일한 조사도 직접 하나?
"자료조사를 하긴 하지만 너무 디테일하면 자료 자체에 빠지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자료조사를 끝내고 나서는 머리를 비운다. 정보를 전혀 모르는 관객이 봤을 때, 그분들을 어떻게 부담드리지 않으면서 드라마를 끌고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자신도 이런 배경이나 시대적인 딜레마를 모르는 상태에서 작품을 만들면서 진행한다.
얼마 전에 인터뷰를 했는데, 금강산 댐을 이야기하면서 남한의 수공으로 서울을 물바다를 만드는 콘셉트를 얘기했더니 작가의 허구적인 상상에서 나온 것이냐 묻더라. 그것을 몰라도 작품을 흥미롭게 만들고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인가 찾아봤을 때 더 신선한 느낌을 갖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드러내고 싶은 첫 번째 메시지는?
"이게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며칠 전, 영화<택시운전사>(2017)의 제작사에서 한 분이 공연을 보러왔는데, <택시운전사>의 또 다른 버전을 보는 것 같았단다. 그 얘기를 들어보니 나도 그런거 같았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그전에 5·18이나 1987년의 이야기를 다룰 때, 어쨌든 대부분은 긍정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풀어가지 않은가? 그러나 택시운전사는 소시민이다. 애국이라는 이름 하에 반공 이데올로기에 충실했던 분도 있지만, 그런 분들은 우리의 평범한 아버지이고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런 소시민의 이야기로 5·18을, 그 시대의 딜레마에서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