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된 텔레비전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어르신후원 받아 설치된 텔레비전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는 어르신.
서경숙
한번은 늘 신경이 쓰이던 어르신 댁에 방문하였다. 요즘에는 요양사가 하루 세 시간씩 나와서 가사일을 도와주고 말벗을 해주어서 집안에 정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어르신, 선교도 하시고 마음에 안정이 안 되니 밖으로만 돌아다니시던 어르신이 이제 기운이 없으시고 치매 초기증상도 있다고 하신다. 요양사님이 어르신 댁에 텔레비전을 구하기 위해서 행정복지센터에도 알아보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고 하시면서 나에게 도움을 청하신다.
기력과 총기가 있을 때는 라디오 한 대로도 잘 지낼 수 있었지만, 이제 집안에서 보낼 시간이 많은 어르신. 그런 어르신을 위해서 적적하지 않게끔, 또 잃어가는 총기를 잡도록 돕기 위해 텔레비전을 설치해 드려 적적함을 달래드리고 싶었지만, 갑자기 '텔레비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복지관에 와서 혹 누가 이사 가면서 텔레비전을 버리고 가는 사람이 없는지 찾아보았지만, 다른 가구는 놓고 가도 텔레비전을 놓고 가는 주민들은 없었다.
그러던 와중. 누군가 SNS 친구들에게 올려보라는 말을 들고 혹여 있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올렸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혹시 집에서 잠자고 있는 텔레비전 있나요? 홀로 사시는 어르신 댁에 후원해 주실 분 계신가 해서 살짝 노크해 봅니다. 활동하실 때는 라디오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요즘은 거동이 불편해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을 텔레비전을 보면서 적적함을 달래시려고요. ^^ 기쁜 맘으로, 잠자는 TV 전달해 주실 분 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올린 글에 하루가 지나고 나서 댓글이 달렸다. 너무도 감사하게도 나의 SNS 친구가 후원을 해 주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텔레비전의 크기가 커야하느냐고 묻는 댓글에, 혼자 볼 예정이시니 작아도 괜찮다는 댓글을 달고 다음날 아무 연락이 없을까봐 가슴이 떨려왔다. 내가 잘 아는 친구도 아니었기에 왜 안 해주느냐고 따지기도 어려운데, 혼자 생각하면서 불안한 밤을 보냈다.